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단체소송을 낸 소비자들이 6일 패소했다. 전국에서 진행 중인 '누진제 소송' 첫 판결이다. 원고 측은 "가정용 전력량 소비가 많다는 이유로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곽상언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누진제가 정당하면 모든 전기요금 체계에 도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원이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데도 한전의 주장만을 근거로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대한 근거가 법률과 고시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약관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요금 산정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게 곽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한전 측에 공급원가 등 요금 산정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도 별다른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도 법리 보완을 통해 같은 주장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곽 변호사는 또 "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최대치와 최소치는 통계적으로 이미 나와 있다"며 "(누진제 요금 적용에 관한) 구간을 자의적으로 나눴기 때문에 누구든지 최대치를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에 참가했던 원고 박성호(35) 씨도 "약관 자체가 부당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누진제 구간 5~6단계에 속한다는 그는 "아이들이 어려서 부득이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제 주변에도 비슷한 사람이 많아 소송 참여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지되더라도 다른 나라와 맞춰서 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