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남중국해 판결에 일본이 전전긍긍하는 까닭

입력 2016-10-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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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남중국해 판결과 일본

7월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이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는 남중국해와 남사군도 등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었다. 이 판결은 우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 그리고 남사군도 등은 국제해양법 조약상 섬으로 간주할 수 없기 때문에 남사군도로부터 200해리를 선언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PCA는 판결을 집행할 집행부가 없기 때문에 중국은 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이나 일본은 이에 항의하고 있다. 미국 CNN 등 세계의 유명 언론사들은 남중국해가 세계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측은 자신들의 주장에도 큰 영향이 있음을 알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일본에도 남사군도와 같은 섬이 아닌 ‘섬’이 있고, 일본이 거기서부터 200해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740km에 위치한 암초인 오키노토리(沖ノ鳥) 섬을 일본 정부는 사람이 거주 가능한 섬으로 간주하고, 그 암초로부터 200해리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선언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번 남중국해에 대한 PCA의 판결을 판례로 삼을 경우 일본의 오키노토리 섬도 국제해양법상 ‘섬’이 아니게 된다.

오키노토리 섬은 간조(干潮) 시에는 남북 약 1.7km, 동서 약 4.5km의 크기로, 대부분이 수면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만조(滿潮) 시에는 동소도(면적 7.9㎡)와 북소도(면적 약 1.6㎡)를 빼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때는 매우 작은 바위가 되어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다.

오키노토리 섬의 해발은 2008년 3월 시점엔 간조 시 약 1m였다. 그러나 만조 시에는 약 16cm만 수면 위로 드러난다. 즉 만조 시에는 거의 물 속에 가라앉는 셈이다. 일본은 간조 시 물 위에 남아 있는 바위 세 군데에 콘크리트 모자를 씌웠고 오키노토리 섬을 섬이라고 우기며 200해리를 선언했다. 그것은 오키노토리 섬 주변의 어업 자원이나 해저 자원을 노린 일본 측의 자기중심적인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가 오키노토리 섬을 섬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다.

현재 일본은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와 남사군도에 대한 중국의 지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렇게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오키노토리 섬을 섬이라고 우기는 자신들의 모순에는 눈을 감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머지않아 자신들의 오키노토리 섬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혀야 할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740km에 위치한 암초인 오키노토리(沖ノ鳥) 섬.

국제해양법 조약상 ‘섬’의 정의

1994년 발효된 국제해양법 조약 제121조 1항 및 3항은 다음과 같이 섬의 정의를 내렸다.

1. 섬이란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이고 물에 둘러싸이며 만조 시에도 수면 위에 있는 것을 말한다.

3. 인간의 거주 또는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바위는 배타적 경제수역 또는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

이런 국제해양법 조약의 ‘섬의 정의’를 볼 때 오키노토리 섬은 만조 시에도 수면 위에 약간 남아 있긴 하지만 인간의 거주 및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이 인공적으로 섬의 만조 시 면적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해양법 조약 조문에 있듯이 섬이란 ‘자연으로 형성된 육지’가 아니면 안 된다. 그러므로 인공 섬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수 없다. 중국이 남사군도를 매립하는 행위도 인공 섬을 만드는 것이어서 그 결과물을 200해리는 되는 ‘섬’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독도문제와 국제해양법 조약

1998년 1월부터 1999년 1월까지 한·일 양국은 ‘한·일 신어업협정’(이하 신어업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신어업협정’을 체결했을 당시 한국 측은 국제해양법 조약의 ‘섬의 정의’를 독도에 적용해 독도를 사람의 거주가 불가능한 작은 바위로 간주해 논의를 진행하려고 했다. 한국 측에서 독도를 사람의 거주가 불가능한 바위로 주장한 이유는 실제로 독도에는 식수가 하루에 5000cc 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울릉도 등과 교류를 하지 않고서는 독도 내에서의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독도에서 나오는 식수의 양으로는 실제로 독도에서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당시 한국 측은 독도를 사람의 거주가 불가능한 바위로 간주해 독도를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내세우지 말자고 일본 측에 제의했다.

그렇게 합의가 될 경우 울릉도와 일본 오키 섬의 중간선을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선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오키 섬보다 울릉도에 70km나 가까운 독도는 자연스럽게 한국 측 수역으로 들어온다. 배타적 경제수역을 결정하면서 독도 문제도 사실상 해결하는 일석이조를 한국이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일본 측도 한국 측의 제의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을 바꿨다. 이유는 바로 오키노토리 섬의 존재였다. 독도보다 만조 시에는 훨씬 작은 오키노토리 섬을 섬이라고 우기고 있는 마당에 일본 정부는 그것보다 큰 독도를 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당시 일본 측이 태도를 바꿔 다시 독도를 섬이라고 우기면서 신어업협정은 완벽하게 타결되지 못했고, 독도를 포함한 수역이 ‘중간수역’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쪽의 수역인지 결정이 안 되는 수역이 되어 버렸으며 그 상황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남중국해 판결의 영향

남사군도가 섬이 아니라면 오키노토리 섬도 분명히 섬이 아닌 것이 된다. 현재 일본 내 몇 개 언론사들은 이미 남중국해 판결 때문에 오키노토리 섬뿐만이 아니라 독도도 섬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럴 경우 독도문제는 1998년부터 1년간 한·일 양국이 신어업협정 체결 교섭을 진행했을 때의 한국 측 제안으로 재협상해 타결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물론 그 전에, 일본이 오키노토리 섬이나 독도를 섬이 아니라 바위 내지 암초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오키노토리 섬에 대해서는 중국, 대만, 한국 등이 암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남사군도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과는 모순이 되는 주장을 일본 측에 하고 있고, 일본도 중국 측에 비슷한 모순적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만과 한국은 필리핀이 중국을 제소한 것처럼 일본을 PCA나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대만이나 한국은 미국 편이어서 한·미·일 공조나 미·일-대만 공조가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일본을 국제재판소에 제소한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울릉도와 오키 섬 사이에 배타적 경제수역의 중간선을 긋고 한·일 간의 어업 문제와 독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일 간 신어업협정을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은 일본의 우파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독도는 섬”이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도 정서적으로 독도를 섬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을 지킨다는 성숙함을 양국이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고, 양국 정부뿐만이 아니라 양국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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