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편집위원
스티브 잡스(1955.2.24~2011.10.5). 검은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그를 읽곤 했다. 무엇이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하게 했을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잡스는 컴퓨터 개발자가 아니다. 그는 분명히 혁신적인 컴퓨터 기술을 확산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정작 자신이 발명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디자인 환경에 있기를 원하는지를 천재적인 감각으로 파악했다. 잡스는 그러한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기계를 상상하고 자본과 노동을 결합해 애플의 다양한 기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예를 들어, 애플II는 사용하기 편리한 개인용 컴퓨터 분야를 개척했으며, 매킨토시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된 거의 모든 데스크톱 컴퓨터의 외양과 감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완벽주의와 창조성은 2000년대에 개발한 아이폰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이폰은 단순히 새롭고 편리한 기계가 시장에서 팔리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폰은 기술이 일상생활과 결합됨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늘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잡스가 고민해왔던 이유이기도 했다. 기술에 인문학적 감성을 녹여 넣어 기기와 일체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존 감압식 스크린보다 터치감을 대폭 높인 터치 스크린,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술,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의 생태계를 조성한 것도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애플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건강 복은 타고나지 못해 예순도 안 돼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