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편집위원
찰턴 헤스턴(1923.10.4~2008.4.5)은 정말 배우 같지 않은 배우이다. 조각 같은 외모와 선한 이미지는 배우로서의 끼를 찾기 어렵게 한다. 그 때문일까. 그가 주연을 맡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십계’, ‘벤허’가 다 종교영화다.
실제로 세실 B. 드밀 감독이 ‘십계’의 모세 역으로 그를 선택한 것은 그가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상과 신기할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그가 이런 역할을 설렁설렁했을 리 없다. 그랬다면 대박이 날 일도 없었을 테니….
그는 실제 배역과 자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에 깊이 빠져든다고 한다.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그였기에 그러한 몰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는 배우 생활 틈틈이 문화와 인물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 어떤 배역을 맡으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찾아 분석했다. 그랬기에 그는 어떤 역할도 자신 있게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특이한 이력도 있다. 바로 전미 총기협회장이다. 이 이력에서 그가 극렬 보수주의자일 것이라는 사실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그는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하자 그를 ‘고압적인 정부 갱단’이라고 매도하며 낙선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극렬 우익으로 몰기에는 그가 한때 걸었던 길이 너무도 상반된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등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섰고,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말년에 전미 총기협회를 이끌며 극렬 우파라는 비판을 들었던 것을 보면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려 했다. 그가 단순히 배우로서만 기억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