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된다”…정부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선정
지난달 21일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제3기 민간위원단 간담회’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진단이다.
혁신이 사라진 한국경제는 저출산ㆍ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성장동력을 잃고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3분기째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제조업 잠재성장률은 4.4%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반도체ㆍ자동차 등 우리나라 13대 수출품목의 점유율도 5.3%로 2011년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 흐름인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이유다. 주력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과 수출 경쟁력의 하락을 고부가 산업구조 재편과 신산업 육성으로 극복해 보겠다는 것이다.
◇ 4차산업혁명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으로 선정 =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적 자본’과 함께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세우는 중장기전략위원회의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그 일환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8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를 발표했다.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는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가상ㆍ증강현실, 정밀 의료,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저감ㆍ대응 기술, 바이오신약 등이다. 정부는 여기에 향후 10년간 약 1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이와 별도로 6152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법ㆍ제도 개선 등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17년 미래성장동력 창출분야 예산안’을 발표하며 AI,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 3298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253억 원보다 46.4%가 늘어난 규모다. 이와 함께 지능정보사업추진단을 출범하고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도 10월 중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메가트렌드인 만큼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업종별 대응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통 제조업과 ICTㆍ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20년 500만 개 일자리 사라져… 고숙련 인력양성 박차 =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 등에 따르면 2020년까지 거의 모든 직업의 절반 정도가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 발전에 영향을 받아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우리 산업과 고용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수요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키우고, 그에 걸맞은 채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도 변화하는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 지능정보사회의 핵심인 고숙련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용부는 데이터융합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시스템, 생명의료시스템 등 4차 산업대비 기술훈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직업훈련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인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현재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이 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한 4차산업 기술훈련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최근 민간의 신산업 투자인식을 높이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신기술·신산업 교육’을 진행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4차산업에 필요한 선도 인력양성 신규사업과 제도 보완 계획을 담은 직업훈련체계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부합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