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이지희, 홀인원 재앙(?)과 김민선, 트리플보기 행운(?)

입력 2016-10-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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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자오픈 경기장면. 사진=JGA
짜릿했다. 10개 홀을 돌아 모두 파. 그리고 11번홀(파3)에서 이지희(27·진로재팬)가 날린 볼은 바로 홀로 사라졌다. 홀인원이었다. 한번에 2타를 줄이며 우승다툼을 벌이게 됐다. 2일 일본 도키치 현 나스가라스야마의 가라스야마조 컨트리클럽(파71·6506야드)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 일본여자오픈(총상금 1억4000만엔) 최종일.

놀랍게도 아마추어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1타차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나사는 후반 들어 13번 홀까지 버디를 3개 역전승 채비를 갖췄다. 나사 4언더파, 이지희는 3언더파였다.

재미난 사실은 코스가 상상이상으로 어렵게 세팅이 돼 언더파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자신의 스코어만 지켜도 이지희는 우승가능성이 높았다. 이지희는 다시 16번 홀까지 지루한 파 행진. 여기까지는 팽팽한 선두경쟁이 벌어졌다. 나사가 16번홀(파3)에서 보기로 동타였다.

누가할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 이지희의 재앙은 17번 홀에서 벌어졌다. 파4, 490야에 그린우측이 워터해저드로 까다로운 홀이었다. 4일 동안 버디가 없는 홀이기도 했다.

티샷한 볼은 왼쪽 언덕으로 날아갔다. 무벌타 드롭을 하고 친 볼이 페어웨이를 찾지 못하고 다시 왼쪽 러프. 세 번째 샷도 올리지 못하고 우측으로 날아가 겨우 해저드만 면했다. 네 번째 올렸고, 2퍼팅으로 더블보기로 2타를 잃었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가. 이지희는 18번홀(파4)에서 보기로 우승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나사는 멋지게 버디를 잡아내 4언더파로 마쳤다. 뒷팀 프로들이 챔피언조에서 맹추격했지만 어려운 홀만 남아 결국 49년 만에 일본골프역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나사는 18홀 내내 모래주머니를 들고 디봇 자국을 직접 수리하며 플레이를 했다.

이지희는 우승경쟁에 뛰어 들었다가 이븐파 284타로 아쉽게도 공동 6위에 머물렀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경기장면.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같은 날 경기도 여주 솔모로 컨트리클럽(파72·657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 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 최종일 경기. 김민선5(21·CJ오쇼핑)은 우승을 눈앞에 뒀다.

이날 전반에 버디만 2개 골라낸 김민선은 15번홀까지 보기없이 버디만 3개 더 추가했다. 3개홀 남은 상황에서 3타차로 리드.

그런데 순항하던 배가 암초에 부딪쳤다. 16번홀(파4)에서 위기상황에 빠졌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나무를 맞고 러프에 낙하. 스윙이 나무에 걸려 샷이 안 되는 상황에서 세컨드 역시 볼이 앞쪽 러프 행. 세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로 직행. 그런데 볼이 김민선의 키 175cm와 비슷한 높이의 항아리 벙커 턱 바로 앞에 멈춰 옆에 멈췄다. 옆으로도 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리하게 앞으로 쳐낸 볼은 턱에 걸려 다시 벙커. 다섯 번 만에 겨우 그린에 올렸다. 2퍼팅으로 ‘트리플보기(7타)’였다. 순식간에 이민영2(24·한화)와 동타가 됐다. 그러나 김민선은 17번홀(파3)에서 핀에 붙여 전홀에서 벌어진 ‘멘붕’을 극복하고 버디를 골라내며 ‘기사회생’했다. 김민선은 18번 홀(파4)에서 3퍼팅을 하고도 우승했다. 16개월만의 우승갈증을 풀었다.

우승하려면 기량이 우선이다. 하지만 행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게 골프의 재미다. 홀인원하고도 우승을 놓치고, 트리플보기를 하고도 우승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골프는 이상하지만 재미를 주는 운동이다. 주말에 골프방송을 본 골프마니아라면 일본과 한국에서 열린 2개 대회가 정말 신바람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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