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이탈 소식에 도이체방크 등 금융주 일제히 하락…웰스파고는 ‘유령계좌’ 논란에 정치권 포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미국 메이저 은행 웰스파고 사태 불안감에 글로벌 증시에서 금융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는 29일(현지시간) 사흘 만에 대폭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1%,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0.9% 하락했다. 도이체방크와 거래하는 약 10개 헤지펀드가 은행에 대한 위험 노출액을 줄였다는 소식에 글로벌 금융 관련주들이 새로운 금융위기 불안에 일제히 약세로 돌아선 영향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도이체방크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이날 6.7% 급락했다. S&P500금융업종지수가 1.5%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가 각각 2.7%와 1.6% 빠졌고 씨티그룹이 2.3%,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4%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도이체방크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들 헤지펀드는 이번 주 도이체방크에 맡겼던 파생상품 거래 결제업무를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 한 마디로 도이체방크가 언제든지 망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고 자금을 뺀 것이다. 이 중에는 34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밀레니엄파트너스와 140억 달러 규모의 카풀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등 대형 헤지펀드들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설립자가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 주식을 처분하고 금융시장에 방어적이 돼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관된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판매로 미국 정부로부터 14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다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재무 상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또 다른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 웰스파고다. 영업할당량 달성을 위해 2011~2015년에 직원들이 고객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한 이른바 ‘유령계좌’ 파문이 터지면서 웰스파고는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이틀째 의회에 불려나가 추궁을 받으며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보야파이낸셜의 카린 카바나프 선임 시장 투자전략가는 “이런 금융 리스크 소식이 들릴 때마다 투자자들은 도미노 효과를 연상하게 된다”며 “사람들은 이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고 있다. 이에 시장이 다소 불안정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