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발전사의 숙원인 발전설비 용량요금(CP·Capacity Payment)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29일 에너지정책 정례브리핑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작년부터 용량요금제가 문제가 됐다”며 작년 말부터 CP 현실화를 검토하고 있었으며 비용평가위원회, 전기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의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구체적인 인상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P는 발전설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발전사의 건설투자비 등 고정비용 일부를 보상하는 전력시장 정산금으로 2001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지난 15년간 거의 동결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CP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기준용량가격은 1㎾h당 7.17원으로 유지되다가 2007년 7.46원, 올 초 7.60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민간발전사들은 최소한의 고정비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용량요금을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 CP 인상 방안을 확정한 뒤 7월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지역과 연료원별 차등을 주는 방안에 대한 이견과 최근 불거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까지 겹쳐 논의가 계속 연기됐다.
벼랑 끝에 몰린 민간발전사 대표들은 결국 지난달 26일 산업부와 간담회를 갖고 9월 추석 이전에 용량요금 인상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후 주형환 장관이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전력시장의 여건을 반영해서 과도하지 않은 수준에서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10월 중에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CP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인상 시기는 관계 부처 협의와 여러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10월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브리핑에서 우 차관은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실시한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인센티브 지원 정책과 관련해 “28일 기준으로 61만 건이 신청됐고 44만 건의 환급이 이뤄졌다”면서 “사업이 종료되는 11월 20일까지 시스템 운영, 신청검토와 환급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10%(품목별 또는 개인별 20만 원 한도)를 돌려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구매시한은 30일까지이며 신청마감은 10월31일까지다.
우 차관은 또 최근 잇따른 지진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연말까지 원전 등 주요 에너지시설의 지진대비 내진성능과 안전성 향상에 중점을 둔 ‘에너지시설 내진 등 안전 종합대책’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번 주부터 민관 공동의 5개 작업반을 가동한다. 작업반은 10월 말까지 수시로 에너지시설을 현장점검하고 에너지안전 자문위원회와 점검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우 차관은 “위원회가 11월 말까지 대책안을 정부에 권고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연내에 종합대책을 최종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 수명이 다하는 고리 1호기 해체 작업과 관련해서 우 차관은 “통상 15~20년이 걸리는 즉시 해체 방식을 택했다”며 “96개 해체기술 중 64개를 확보했으며 해체비용도 확보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원전건설산업도 중요하지만 원전해체산업도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선진국 산업에도 투자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 차관은 “다음 달 1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계에너지총회(WEC)가 열리는데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의장에 취임한다”고 밝혔다. WEC는 세계에너지협의회가 3년마다 주관하는 에너지 분야 국제행사다. 올해 총회에서는 에너지 안보, 형평성,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