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 '암행어사'가 뜬다

입력 2007-09-04 14:03수정 2007-09-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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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가 시장 반응을 점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일선 영업소나 대리점에서 올라오는 판매집계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고 그 외에 리서치나 품평회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에 나선다. 최근에는 '현대판 암행어사'가 새로운 점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리서치 회사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일선 자동차 영업소에 투입되는데 일반 고객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에게는 기피 대상 1호로 꼽힌다. 만약 리서치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경우 본사에 낙인 찍히는 것은 물론이고, 우수 영업점에 대한 지원도 받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들이 점검하는 내용은 뭘까? 한마디로 전시장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모든 것이 다 점검 대상이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안내요원이 일어나 인사하는지, 명찰은 제대로 달았는지도 체크 대상이다. 고객에게 구입을 강요한다던가 브로슈어 같은 자료가 미비해도 감점된다. 이들은 전시장 바닥에 떨어진 먼지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정상 가격으로 판매하는지 여부다. 고객이 원치도 않았는데 가격 협상을 벌인다면 그 영업사원은 최하 점수로 분류된다. 아무리 고객이 깎아달라고 애원해도 요령껏, 불쾌하지 않게 대응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일시적인 할인 판매가 당장의 판매실적에 도움이 되는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의 경우 수입차 시장에서 수년간 1위를 질주했으나 가격 할인 판매가 심해 중고차 가격에서 손해보는 원인이 됐다.

이런 조사방법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 업계쪽에서 활발하다. 어느 정도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국산차에 비해 럭셔리 브랜드들의 판매경쟁이 최근 들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 응대 방식이나 전시장 디스플레이, 영업사원들의 마인드가 떨어진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어진다. 렉서스가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그룹을 달리는 것은 제품 경쟁력도 좋지만 전시장 분위기나 영업사원들의 세련된 매너가 분명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혼다의 경우는 렉서스나 BMW, 벤츠 등과 직접 경쟁하지는 않지만, 국산차보다 조금 비싼 값으로 수입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떠오른다. 또한 잔고장이 적은 일본차의 장점이 더해져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내년 중 국내 진출을 노리는 닛산까지 합류하게 되면 국산차와 일본 대중차 브랜드는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현실에 안주했던 국산차 업계에서도 수입창 업계의 이런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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