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동빈(61) 회장을 구속하고 소유주 일가를 일괄 기소하기로 했다. 그동안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검찰은 결국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26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결정될 예정이다. 검찰은 신 회장의 구속여부가 결정되면 신격호(94) 총괄회장 등 소유주 일가를 일괄 기소하기로 했다.
◇500억대 비자금, 270억 소송사기 수사 '흔들'=검찰은 △300억 원대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롯데케미칼 소송사기에 의한 270억 원대 세금 부당환급 △롯데케미칼 해외원료 거래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에 200억대 부당 수수료 지급 △호텔롯데 제주·부여리조트 헐값 인수 등을 영장 청구 혐의에서 제외했다. 신 회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아 알았다는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도 포기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혐의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신병이 확보된다면 롯데케미칼이나 롯데건설 비자금 등에 대해 심도깊은 질문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특히 롯데건설 비자금 용처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분야에 정통한 한 중견 변호사는 "건설사는 사업 특성상 각종 명목의 부외자금을 만들어 뒀다가 필요할 때 현장에 지급하는 게 통상적"이라며 "자금이 조성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횡령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자금이 형성됐다는 점을 파악하고 난 뒤 용처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지난달에는 롯데건설 대표이사를 지낸 고(故) 박창규 사장의 노트북을 확보해 회사 자금 거래 내역을 조사했지만, 이 노트북에는 비자금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신 회장을 조사한 직후 이뤄진 김치현(61) 현 롯데건설 사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또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롯데건설 임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신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혐의액 1750억…검찰, "총수 빼돌리기 역대 최고액"=검찰은 영장에 포함한 혐의액수를 1750억 여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400억 여원을,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 그의 딸 신유미(33) 씨가 100억여 원을 회사에 기여한 바 없이 받아갔다는 것이다. 신 회장 본인과 신 총괄회장의 급여는 회사 경영에 참여한 대가로 수령한 것이기 때문에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신 회장 일가가 급여로 받아간 금액이 2100억인데, 그 중 실질적인 업무수행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를 횡령으로 의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롯데시네마 식음료 사업권을 서 씨와 신영자(74)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몰아줘 회사가 가져가야 할 770억 원대 수익을 넘겨준 혐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에 48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재벌일가의 회삿돈 빼돌리기 유형 중 가장 큰 액수"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의 거액의 횡령 배임은 특정 계열사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이었지, 소유주 일가의 착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1000억 원 이상이 소유주 일가로 흘러간 만큼 정책본부를 통해 신 회장 부자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는 범행이 불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 부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