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우조선 고재호 사장, 분식회계 덮으려 성과급 지급"
"'우리 회사 어떡하냐. 분식(粉飾)해야 하나' 하다가도 성과급을 받으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5조 원대 회계사기로 기소된 고재호(61) 전 사장 재판에서 밝힌 회사 직원 다수의 진술 내용이다. 분식회계를 저지르면서 회사 내 반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무리하게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 전 사장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2014년 말에 직원들이 나눈 대화를 보면 성과급은 임직원에게 핵심적인 문제였고, 이렇게 (분식회계를 지시한 임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지만, 성과급 지급으로 인해 다시 범행에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 등은 외부에 드러난 손실을 숨기면서 연임 등에 관한 유리한 평가를 받았고, 대규모 자금도 조달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언젠가는 손실이 (회계장부에)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폭탄을 자신의 임기 때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잡이 분식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고 전 사장의 사기, 부당이득, 성과급 지급으로 인한 배임 혐의 등은 분식회계로 인해 발생했다. 따라서 분식회계가 이 사건 주된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 전 사장과 전 재무총괄담당자(CFO) 김모(61) 씨는 분식회계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하지 않으면서도 규모 등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음달 4일 열리는 기일에는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팀 직원 하모 씨 등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대우조선해양 소속 경영관리팀은 목표달성 실행예산을 정하고, 회계팀은 경영관리팀이 정한 실행예산에 대한 회계처리를 담당해왔다.
고 전 사장은 2012~2014년 해양플랜트·선박 사업 등에서 예정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순자산 기준 5조 7059억 원대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사장은 2013~2015년까지 이런 회계사기를 통해 높은 신용등급을 얻어 △금융기관 대출 4조 9000억여 원 △기업어음(CP) 1조 8000억여 원 △회사채 8000억여 원 △선수금 환급보증 10조 원 △신용장보증한도 증액 2조 8000억 원 등 총 21조 원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