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부 차장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해 ‘국민 안전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국민안전처는 7월에 이어 또다시 ‘뒷북 대응’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안전처는 12일 오후 7시 44분 33초에 규모 5.1의 1차 지진이 나자, 지진 발생 사실과 여진에 주의하라는 긴급재난 문자를 오후 7시 53분 03초에 발송했다.
진앙인 경주를 비롯한 영남지역 주민들은 강한 진동에 놀라 긴급 대피했지만, 지진이 난 지 약 9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 문자를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규모 5.8은 관측 사상 최강으로 서울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진동을 느꼈지만, 안전처는 송출 대상을 반경 200㎞의 12개 지자체로 제한했다.
보고 체계 또한 더디기 이를 데 없었다. 지진 발생 후 안전처가 국무총리에게 상황을 보고한 시간은 첫 지진에서 35분이 지난 8시 21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밤 9시 30분에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첫 공식 입장과 지시는 첫 지진 뒤 무려 2시간 47분이 경과한 밤 10시 31분에 나왔다.
긴급재난 문자 송출 시간 지연과 함께 송출 대상 지역 제한에 대해 안전처는 나름대로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안전처의 이 같은 대응 체계가 비단 경주 지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7월 울산 동쪽 해역에서 역대 5위급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는 무려 18분이나 지나 발송됐다. 당시에는 지진 발생 날짜도 틀렸다.
일본과 비교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늑장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일본은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이를 감지하고, 지진파 도착 시각보다 먼저 시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 내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울산과 경주 지진은 우리에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직·간접적으로 깨우쳐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모든 안전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 송출 지연과 송출 대상 지역 제한에 대한 해명은 군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안전처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오른다면 (안전처는)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
지진은 신만이 아는 영역이라고 한다. 이는 현대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대비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국민안전처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이를 망각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국민 안전 컨트롤 타워’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