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지분 인수 고민에 빠진 국민연금

입력 2016-09-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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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해도 비판이 나올 수 있고 참여하지 않아도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직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 여부와 관련해 최근 이같이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배경은 “결국 공단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3일 마감하는 우리은행 지분 과점주주 매각방식에 참여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부의 많은 관심처럼 내부의 고민도 깊다. 우선 기금운용본부는 21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 지분 인수 참여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때 일부 외부위원들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지분은 지난 3년간 변동을 거듭해왔다. 2014년 11월 8%였던 우리은행 지분은 2015년 8월 4.91%로 줄었다. 최근 기준으로는 5.01%를 갖고 있다. 이처럼 대형 금융주도 수익률과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야 하는 입장에서 굳이 경영권에 관여해야 하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인덱스 중심의 패시브(Passive) 전략이 수익률을 높일 방안으로 보고 있다”며 “새 행장과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지분 투자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흥행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국민연금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이번이 4전5기째다. 그만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매각을 흥행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관료가 국민연금의 지분 인수 참여를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이사장은 복지부와 기재부의 간단한 언급 정도를 무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분 흥행 여부에 따라 국민연금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새마을금고, 일부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를 국내 금융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중국 자본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반면 정부가 이번에 매각하려는 우리은행 지분 30%를 모두 시장에 팔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산업 역시 산업적 측면 외의 이해관계를 벗어나면 성장성이 큰 분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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