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다."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된 사태와 관련해 양승태(68·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지난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그는 "아직 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분명히 가려져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는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낸다 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법관에게 청렴성은 존재 자체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동료 법관의 잘못된 처신으로 직무에 의혹이 제기될 때 그 의혹의 눈길은 자신의 직무에도 똑같이 쏟아진다"며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자기만은 신뢰와 존중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고, 이는 모든 법관들이 직무윤리의 측면에서 상호 무한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의 회의가 사태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한 위에서 허심탄회한 토의를 통해 그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해 더 이상 법관의 도덕성에 관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내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수천(57·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7000만 원 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