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라운드2 ⑫금호아시아나그룹] 새 지주사 등기이사 오른 박세창…‘3세 경영’ 전환 가속화

입력 2016-09-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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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금호고속 인수전 올인…자금 마련에 고심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2009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어느새 그룹 재건의 마무리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지난해 6년 만에 금호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인수 등의 마지막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여기에 금호가 3세인 박세창 사장이 지주사 출범과 발맞춰 등기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권 승계 역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호홀딩스 출범…新지주사 체제 본격화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기업의 사명이 금호홀딩스로 바뀌었다.

지난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완료하고 ‘금호홀딩스㈜ (Kumho & Company Incorporation)’라는 사명의 새로운 지주사를 출범시켰다. 대표이사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현철 금호터미널 대표가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기업을 설립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홀딩스는 자체사업으로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안정된 홀딩컴퍼니(지주회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그룹의 지배구조확립 및 재무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호홀딩스는 알짜배기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로, 박삼구 회장→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

이번 지주사 개편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마침표인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절차였다. 수익성을 갖춘 사업지주회사를 활용해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지배구조로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계획이다.

◇금호고속·타이어 인수 사활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재건의 마지막 단계인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자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칸서스KHB에 3900억 원을 받고 매각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금호고속은 매년 최대 800억 원가량의 현금을 창출해내는 알짜 회사로써 금호아시아나 그룹으로써는 포기할 수 없는 알짜기업이다.

이번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1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수대금 40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은 자동 승계, 나머지 500억 원은 칸서스KHB펀드에 재출자한 금액으로 금호고속 지분 일부를 확보한 상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자금을 마련하고자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 헤지펀드 등 투자자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총 1500억 원어치의 채권 중 700억 원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나머지는 IBK투자증권, 케이스톤파트너스, 한국캐피탈, 플루토, 타임폴리오가 인수한다.

금호타이어 매각작업도 9월 본격화되면서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1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매각가가 점쳐지는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어떻게 실탄을 마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번 달 20일께 매각공고를 내고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계획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 작업을 완료함으로써 연 1000억 원 이상의 현금 창출이 가능하게 하였다. 금호터미널 합병으로 인해 금호홀딩스의 배당 여력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자금창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 이전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내부 현금은 약 3000억 원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해 7228억 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5000억 원가량의 빚을 떠안은 박 회장에게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박 회장에게 주어진 우선매수청구권도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권한은 제3자에게 양도가 불가능해 박 회장은 우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오로지 개인 스스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순수하게 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또 금호고속 인수 전략과 동일하게 헤지펀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호家 3세 박세창, 지주사 '금호홀딩스' 등기이사 선임 =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작업과 동시에 후계 승계 작업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호가 3세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41)이 새로운 지주사 금호홀딩스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이 합병돼 실질적인 지주사인 금호홀딩스로 공식 출범하면서 사내이사로 박삼구 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박 사장이 함께 신규로 선임됐다.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기존 금호기업의 등기임원들이 자연스럽게 금호홀딩스로 넘어간 것이지만 지주사 출범과 함께 금호가 3세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고 정점에서 몰락까지 그룹을 이끌었던 2세가 지고 그룹 재건의 중심에 3세 경영인이 본격 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올 들어 박 사장이 그룹 전면에 부각되면서 3세 체제로의 전환이 주목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브레인인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했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도 함께 맡았다. 이어 지난 3월에는 핵심 계열사 금호산업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재계에선 박 사장이 경영 수업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앞으로 본격화할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재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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