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지난 23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영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4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7년 준공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지상 21층, 지하 6층으로 연면적 5만4653㎡(1만6533평 상당) 규모다.
삼성화재는 이르면 오는 29일 부영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 달 중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부영그룹은 삼성생명 본사빌딩을 57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올해에만 삼성그룹 건물에 1조원을 넘게 투자한 셈이다.
삼성생명 빌딩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부영은 건물 매입 배경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영그룹 본사를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에 삼성화재 본사 사옥을 최종 인수하더라도 임대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부영이 인수한 삼성그룹 빌딩들은 서울 중심의 알짜 지역에 위치해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고 이런 조건의 매물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인수하지 않았겠느냐”며 “부영이 최근 호텔, 오피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최근 사업다각화를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영은 수년 전 프로야구단 인수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복합레져그룹과 종합부동산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면세점 사업으로 진출도 추진했었다. 이와 함께 전문분야인 부동산 매입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송도 대우자동차판매부지를 3150억원에 매입했고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로 인수했고 제주 더 클래식 CC&리조트(380억원)도 사들였다.
이처럼 이중근 회장의 부영그룹은 지난 해부터 부동산 매입에만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영은 현재 제주 중문관광단지와 서울 성동구 뚝섬, 중구 소공동 일대에도 각각 49층, 27층 높이의 호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것은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영의 매출액은 1조5637억원, 영업이익은 3297억원이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5조4714억원. 이익잉여금은 1조6261억원이다. 이중근 회장의 개인 자산도 2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의 사업다각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1983년 설립된 부영그룹은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30여년간 임대·분양주택 사업에 집중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공시기준 자산총액은 16조8050억원에 달한고 재계 순위로는 19위에 오른 알짜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