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은 17일 블랙록이 자사 주식 5%(447만266주)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45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블랙록의 현대해상 지분 취득 공시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블랙록에 속한 자산운용사들의 현대해상 지분율 합산이 5%를 넘었기 때문에 이뤄졌다. 해당 회사의 보유지분이 5%를 넘으면 주주는 지분보유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이번 공시 보고자는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2.15%)로, 이외에 특별 관계자로 분류된 12개 블랙록 자산운용사가 현대해상 지분을 취득한 상황이다.
블랙록은 4890조 달러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곳이다.
전 세계 기관은 물론 개인을 대신해 주식, 채권, 단기 금융, 대체투자 상품 등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30개국에서 1만27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블랙록의 투자는 최근 현대해상의 실적 호조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투자은행인 맥쿼리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현대해상의 보험영업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손해율이 예상치보다 더 큰 폭으로 나아지고 있어 보험영업이익의 개선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해상은 2분기에 107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늘어난 수치다. 위험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92.2%를 나타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만큼, 현대해상의 지분을 늘려가는 블랙록의 투자 동향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랙록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경영 참여 여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고 정주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윤 회장이 지분을 약 22% 가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블랙록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만큼 현대해상 지분을 사들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적인 지분확대 등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