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이후 건설사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리스트 단골 손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의 호조세에 힘입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오르며 이같은 현상도 잠시 관망세에 접어 들었다.
17일 건설공제조합은 지난 4월초부터 실시한 2016년도 정기 신용평가를 신청한 7000여개사의 신용등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신용이 비교적 양호한 BBB·BB·B등급 업체의 비중은 전년대비 5.1%포인트 증가한 2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주택경기 호조의 영향으로 건설경기 변동에 영향이 높은 주택업체의 신용등급 상승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최근 부도율 감소와 유동성, 차입금 상환능력 지표의 적용비율 증가 등을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적용됐다"면서 "이에 따라 중소 하위등급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서도 건설사들의 수가 대폭 감소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서 500억원 이상 돈을 빌린 대기업 중 부실 징후가 있는 602곳을 대상으로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13곳이 C등급, 19곳이 D등급을 받았다. C, D등급을 받는 기업은 각각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이 된다. 이중 건설업종은 지난해 13개 업체에서 올해 6개 업체로 대폭 줄었다. 그마저도 시행사가 시공사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건설사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조정 명단의 단골 손님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 법정관리,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 처리된 건설사는 45곳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당초 건설업계는 올들어 조선·해운업이 급격하게 하락세를 걸으면서 여기에 이어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선정될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분양시장의 호황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많이 오르던 중견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 달 발표된 시공능력평가순위 발표에서도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큰 주택시장의 호황으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건설업계의 부실이 감춰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건설업계의 주요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해외건설 수주는 올 들어 지난 해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분양 시장 역시 하반기에는 열기가 사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건설업종 담당 연구원은 “하반기 주택 분양시장은 서울/수도권은 견조한 반면 지방은 둔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되는 등 이미 변동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내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건설업종인 만큼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시기와 강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