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한시 완화로 가구당 3배 혜택…전기요금 개편은 TF서 장기 논의

입력 2016-08-11 22:20수정 2016-08-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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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만 가구 전기료 평균 20% 인하…7월 요금 소급 적용

정부와 새누리당이 전기요금 폭탄 논란에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11일 올 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조정하기로 했다. 2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가 결국 지난해와 같은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올해는 누진제 구간폭을 50㎾h씩 상향 조정해 지난해보다 가구당 3배가량 혜택이 더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의 전반적인 개선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당정은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상폭염으로 인해 주택용 에어컨이 가동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여름철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당정은 이날 ‘전기요금 누진제 긴급당정 회의’를 갖고 올여름 살인적인 폭염에 에어컨을 켰다가 ‘전기요금 폭탄’을 감내해야 하는 서민들을 위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에도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총 6단계인 누진 구간 중 4단계 구간 요금을 3단계로 낮추는 내용의 전기료 누진제 완화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당정 합의안에 따르면 현행 6단계인 가정용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폭을 50킬로와트시(㎾h)씩 높이는 식으로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1단계의 경우 100㎾h 이하에서 150㎾h 이하로, 2단계는 101~200㎾h에서 151~250㎾h 등으로 일제히 올라가는 셈이다.

우 차관은 “누진제 구간 확대 폭으로 정한 50㎾h는 1.8㎾ 규모의 스탠드형 에어컨(1등급 기준)을 25시간 더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이번 한시적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2200만 가구가 모두 평균 19.4%의 요금인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여름에 한시적으로 실시한 누진제 완화로 가구당 8000원 정도 혜택이 돌아갔는데 올해는 수혜가구나 지원 규모 면에서 3배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4인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에 8시간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한 달 전기 사용량은 783kWh로, 현재의 누진제를 적용하면 요금은 36만5000원이 넘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19.4%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7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 4200억 원은 세수 보전 없이 한국전력이 판매수익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 누진제 조정에 따른 경감분은 요금이 책정돼 이달 중순 이후 발급되는 ‘7월 전기요금 고지서’부터 소급해서 적용된다. 이미 고지서가 발급됐다면 환급해 줄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누진제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과제로 미뤘다. 이른 시일 내 TF를 구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대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TF에서는 누진제 구간 축소와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을 크게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 차관은 “지난 12년간 누진제에 대해 여러 차례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무산됐다”면서 “누진제가 전력수요 조절이나 소득 재분배에 효과가 있는 만큼 장점을 살리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용 이외에 산업용, 일반용 등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 제도 개편 계획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우 차관은 “당장 개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각계 의견부터 수렴하고 TF를 통해 의견이 나오면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지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밝혔다.

여름철마다 정례적으로 한시적 누진제 조정을 시행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재원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전력 수급이 안정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한전의 부채가 지난해 기준으로 107조 원에 달하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한편 정부는 이번 조치로 전력 수요가 피크 기준 78만kW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력 수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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