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동대문구 상록야학, 그 열린 봉사의 열정

입력 2016-08-09 09:14수정 2016-08-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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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POBA 홍보대사

▲박용준 POBA 홍보대사
전철 1호선 외대역 역사에 하나둘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주변 골목에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40대, 50대, 60대 우리의 어머님들이 책가방을 짊어지고 야학으로 들어선다. 하루의 피곤을 뒤집어쓴 듯 보이지만 걸음걸이만은 당당하다. 나이는 들었어도 이분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증을 지닌 우리 상록학교 학생들이다.

이분들은 한때 여러 사정으로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시골집의 담장 너머에서 지나는 또래 단발머리들을 바라보며 한숨지었고, 구로공단 출근시간 맞추느라 부산한 길에서 예쁘게 다려 입은 교복과 책가방을 눈물로 바라보았었다.

이분들을 위해 더불어 열린 마음을 나누며 봉사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못 배운 한으로 애타는 마음들을 야학이라는 곳으로 인도한 선생님들은 자신을 위해 무엇 하나 바라거나 내세우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봉사한다. 또한 운영비 마련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털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다.

우리 상록야학은 검정고시 야학으로 대학생, 공무원, 직장인, 현직 교사 등 30명이 학생 80여 명 하나하나에게 중학교 3년 과정, 고등학교 3년 과정을 각 2년 동안에 가르치고 있다. 정말로 간절하고 절실한 앎의 울타리를 엮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다면 늦은 시간 개인과외도 마다않고 묵묵히 가르치고 사담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는 만능을 지닌 신이 된다.

대략 70%가 직장인이고, 30%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인데 야학 교사의 일이란 보통 아는 것처럼 단순히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많은 행사와 시험관리, 출석관리, 학교 홍보, 교사 모집과 학생 모집, 교지나 신문 발간 등 각자가 빽빽이 나누어 맡아야 하는 일들이 쌓여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개인 이기주의에 빠져있거나 집단 이기주의에 젖어 이웃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희박해진 지 오래고, 거리에서 불의한 일을 마주쳐도 외면하기 일쑤다. 그래서 조금의 친절이나 선행만 있어도 방송이나 신문에 대서특필이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없거나 조금이라도 힘이 드는 일이라면 절대 나서지 않는 게 보편적 사회 모습이다. 무론 과거와 달리 경쟁 사회의 취업난 속에 더 많은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실력을 높여야 하는 게 현대인들의 고민이기는 하다.

다행히도 요즘 우리 야학에는 여타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선생님들이 많이 와있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찾아와 무료 자원봉사를 하시는 선생님들이다.

이분들이 봉사하는 일은 일주일에 1~2회 수업을 해주시고, 토요일은 교사회의에 꼭 참석해야 한다. 각종 행사를 챙겨야 하고, 방과 후면 학생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담임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임원들과 대담을 갖는 경우도 많다. 또 검정고시 수험생을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마저 보충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학생들을 위한 봉사를 하다 보면 정작 그들의 개인의 시간을 갖기 힘들다.

선생님들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불태워 한때 암울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도 하고 스산한 마음에 아늑한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 상록에는 이렇게 1~2년에서 20~30년씩 몸을 아끼지 않는 봉사자가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야학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힘을 잃어 소외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사 모집이나 학생 모집을 위한 기회를 빼앗기게 되어 지원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야학이 널리 소문이 나고 알려져 더 많은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선생님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상록야학이 교사회 교실 공간을 확보하고 아직도 과거에 못 배우고 소외되어 살아오고 있는 많은 분들이 배움을 찾아 모여들도록 기회를 주어져야겠다.

우리 사회에는 야학하시는 선생님처럼 곧은 정신으로 남과 더불어 가슴을 여는 분들이 더 많아서 우리 80여 학생들은 잃었던 희망의 울타리에 보금자리를 틀고, 다른 더 많은 야학의 학생들과 건강하고 힘차게 원하는 공부를 실컷 했으면 한다. 오늘도 늦깎이 학생들이 주눅 들지 말고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더불어 상록을 이끌어 줄 선생님들이 더 많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봉사자들이 좀 더 젊고 건강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야학의 길을 닦아 주었으면 싶다. 그들의 노고 깃든 봉사로 사회는 좀 더 정의롭고 힘찬 맥방으로 고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날로 푸르러지는 봄날에 상록야학이 활활 살아나도록 북돋워 준다면 좋겠다. 봉사자들의 살아있는 참여야말로 사회의 그늘에서 지쳐있는 분들에게 외롭지 않도록 푸르름을 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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