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라운드2 ⑧두산그룹] 3세대 ‘형제경영’ 이어 4세대 ‘사촌경영’…박정원 체제 닻올려

입력 2016-08-01 10:40수정 2016-08-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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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박용만 회장 끝으로 장조카에게 바통터치…사촌 박서원·박지원·박석원·박태원 등 주요 계열사 포진

2016년 기준 자산 32조 원, 재계순위 12위의 두산그룹은 다른 그룹사들과 달리 형제경영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2세대 박두병 초대회장을 거쳐 3세대 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으로 이어지는 ‘형제 경영’을 고수해 왔다.

지난 2005년 박용오 회장이 두산건설을 통해 계열분리를 요구하면서 ‘형제의 난’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무리 없이 형제간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형제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고(故) 박두병 초대 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자식들을 비롯한 식솔 모두에게 일정한 비율로 지분을 골고루 나눠줬다. 이 때문에 현재 두산그룹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무려 33명에 달하고 있다. 형제간 누구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자연스럽게 형제경영이 굳어졌다. 올해는 3세 경영의 막을 내리고 박정원 회장이 그룹 총수 직을 맡으면서 4세 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박정원 회장 필두로 4세 경영인 체제 전환 = 두산그룹의 3세 경영인의 마지막 총수는 박용만 회장이다. 두산가 3세의 막내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일찌감치 두산그룹을 나와 별도로 개인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박용만 회장을 마지막으로 올해부터 4세 경영체제로 들어선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올해 초 후계자로 4세 경영인 박정원 두산 회장을 지목했다. 앞서 박용만 회장은 자신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면세점 사업 부문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권을 넘겨줬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9년 두산건설 회장, 2012년 두산 지주 부문 회장에 올랐다. 박정원 회장 이외에도 두산가 4세들 대부분이 일찌감치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포진하고 있다.

현재 그룹에 포진해 있는 4세들은 박정원 회장을 필두로 그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 부회장, 박용성 전 회장의 차남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등이 있다. 또 두산 3세 중 4남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도 모두 두산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두산건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과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를 이끄는 차남 박형원 부사장, 3남인 박인원 전무는 두산중공업에서 EPC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의 맏아들 박서원 전무 역시 최근 두산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면세점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박서원 전무의 동생인 재원 씨는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박서원 전무 두산家 떠오르는 샛별 = 현재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체제가 굳어져 있는 가운데 박서원 전무가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박 전무는 2005년 미국 뉴욕의 세계적인 미술·디자인 대학 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하고 2006년 빅앤트 디자인그룹을 설립했다. 그가 설립한 빅앤트 인터내셔널은 2009년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옥외 반전 포스터로 글로벌 5대 광고제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후 빅앤트는 지난해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박 전무는 2014년 두산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그룹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박 전무는 지난해 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돼 면세점 개장을 진두지휘하면서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서원 전무의 차기 대권에 대해서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그의 경영 행보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면세점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향후 그룹의 핵심 인물로 부각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고 말했다.

◇혹독한 구조조정 마무리…중간지주사 중공업 M&A 실탄 장전 = 두산그룹은 안정적인 경영권 이양과 더불어 최근 장기간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은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자산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두산은 2014년 8월 프랜차이즈업체 KFC를 10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두산동아를 250억 원에 팔았다. 또 올 1월 ㈜두산 자회사 DIP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87만 주를 해외 투자자에게 3046억 원에 매각했다. 5월에는 DIP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방산업체 두산DST 지분 51%를 한화테크윈에 69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지난해 몽따베르를 1350억 원에 판 데 이어, 알짜사업이던 공작기계 사업을 올 3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 원에 매각했다. 두산건설도 지난해 렉스콘 사업 부문을 13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제너럴일렉트릭(GE)에 약 3000억 원에 팔아치웠다. 이처럼 두산그룹은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계열사 자산매각을 통해 약 3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의 중간지주사격인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기업인수합병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주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두산타워, 두산생물자원, DIP홀딩스, 오리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다시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중간지주사를 맡으면서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띄고 있다.

이처럼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각종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놓았다”며 “중공업과 인프라코어 등 관련 사업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 매물을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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