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SKT의 CJ헬로비전 M&A 불허 최후 승자는

입력 2016-07-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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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전쟁의 상흔(傷痕)은 깊은 법이다. 승자와 패자가 체감하는 상처는 더욱 크다. 올해 방송통신업계 최대의 싸움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었다. 이 싸움 역시 승자와 패자는 명확했다.

패자가 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상황은 말이 아니다. 당장 드러난 상황만 보더라도 후폭풍의 파편 조각이 곳곳에 튀면서 박힌 모양새다. M&A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CJ헬로비전의 주가는 곤두박질친 뒤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 소식이 전해진 7일 CJ헬로비전 주가는 13% 이상 폭락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회복은커녕 내리막을 달리며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내상이 깊다. SK텔레콤이 당초 지향했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은 축이 하나 빠지며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직 분위기 또한 좋을 리 없다. 합병을 주도한 SK텔레콤뿐만 아니라 합병 주체인 SK브로드밴드 역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공정위 불허 당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일각에서는 “포기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절차를 밟아서라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강경론이었다.

하지만 승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졌지만, SK텔레콤은 곧바로 수용 의사를 내비쳤고 CJ헬로비전도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수준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냉가슴을 앓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갑작스레 순응하는 태도로 선회한 배경에는 정부의 8·15 특사와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두 기업 총수 일가 모두 영어(囹圄)의 신세라는 점에서 자칫 정부를 자극할 경우 특사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몸을 낮춘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를 최종 공개한 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패자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승자로 각각 나뉘었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다는 관련 업계의 시각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 지목한 승자는 A기업이다. A사는 KT와 LG유플러스처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M&A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는 A기업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 때문 아니겠냐”며 “업계에서도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더 당황한 곳은 SK텔레콤보다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둔 KT와 LG유플러스라는 말도 나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소문은 소문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이 업계에서 화자되고 있는 것은 이번 M&A 심사 결과를 놓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사 결과 발표 마지막 날까지도 우왕좌왕하던 공정위의 모습. 7개월 넘는 고심 끝에 공정위가 내린 결론으로 생각하기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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