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윤원형과 정난정, 그리고 최경환과 윤상현

입력 2016-07-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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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조선시대 중종 후반기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당시 정계는 세자(인종)의 외숙인 윤임을 중심으로 한 대윤(大尹)과 문정왕후가 낳은 경원대군(명종)의 외숙인 윤원형을 영수로 삼는 소윤(小尹)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그러다 인종이 즉위하면서 대윤 쪽이 힘을 받자 윤원형은 탄핵됐다.

하지만 인종이 8개월 만에 승하하면서 명종이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되면서 전세가 뒤바뀌었다. 자연스레 문정왕후의 동생인 윤원형은 예조참의(정3품)로 복귀했고, 대대적인 복수극을 벌였다. 잘 알려진 ‘을사사화’다. 윤원형은 역모 등 온갖 누명을 씌워 숙적을 제거하고, 이조판서·우의정·영의정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당시엔 ‘왕 위의 권력’으로 불렸고, 백성에 대한 핍박과 조정에서의 권력 전횡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윤원형의 첩실이던 정난정도 정실부인 김 씨를 내쫓고 적처의 자리를 빼앗은 데 이어 그녀를 독살하고 정경부인에 올라 윤원형과 함께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명종 20년 때인 1565년 문정왕후가 승하하자 윤원형은 다시 탄핵됐고, 윤원형과 정난정은 황해도 강음으로 유배됐다. 이후 정난정이 적처 김 씨를 독살했다는 고발이 들어와 사사(賜死)될 위기에 처하자 부부는 함께 음독자살했다. 천하를 주무르던 권력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윤원형과 정난정의 일대기는 최근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가 잘 그려내고 있다.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정치권에도 옥중화만큼이나 관심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 소위 친박(친박근혜)계 실세라고 하는 최경환·윤상현 의원이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자타공인 친박 좌장이고,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는 윤 의원은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권력의 중심이다. 둘은 평소 국정을, 선거 땐 공천을 좌지우지해왔다.

두 의원이 20대 총선 공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 방송에 의해 비박계 김성회 전 의원에게 출마지 변경을 강압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비밀은 사실이 됐다.

최 의원은 총선 전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며 그것이 대통령의 뜻임을 확인했다. 윤 의원도 대통령을 거론하며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고 사정을 암시, 겁박까지 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출마 지역을 바꿨고, 원래 나가려던 지역에는 친박 서청원 의원이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대통령을 팔아 호의호식해 온 실세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음이다. 이는 명백한 공갈이자 선거법 위반이기도 하다.

친박의 권력 놀음에 국민은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다. 최·윤 의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공천의 책임을 지고 의원직에서 물러나 대통령과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고 억울해 해서도 안 된다. 윤원형과 정난정이 문정왕후 옆에서 백성의 등골을 뽑아 권세를 누렸던 것처럼, 적어도 지금의 둘은 대통령에 붙어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는 암적인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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