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이 물병ㆍ계란 세례를 퍼부으며 거세게 반발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황 총리 일행은 오후 3시 현재 성난 경북 성주 군민들에 둘러싸여 3시간 넘게 미니 버스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앞서 황 총리는 오전 10시 30분 경 헬기를 타고 경부 성주 성산리 성산포대를 둘러본 뒤 오전 11시께 성주군청을 찾았다. 군청 청사 광장은 이미 ‘사드배치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하고 플랭카드를 든 3000명 이상의 군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황 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은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날계란 2개, 물병 등이 날아들어 황 총리 등이 맞았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ㆍ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에게 “여러분들이 어제 예측하지 못한 사드 배치 발표를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황 총리는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도발을 하고 있다. 국가 안위가 어렵고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분 가까이 황 총리 설명을 듣던 주민들은 욕설과 함께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며 야유했다. 또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와 계란, 소금 등을 던지기도 했다.
황 총리 설명이 끝나자 김항곤 성주군수가 마이크를 잡고 “정부는 우리 성주군민을 버리느냐. 왜 일방적 희생만 강조하냐” 며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뒤이어 11시 30분께 발언 기회를 얻은 한 국방장관은 “여러분이 걱정하는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또 물병,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일부 주민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호 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철수했다. 주민 수십명도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해 정문 앞에서 경호원 등과 수 분간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후 오전 11시 40분경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와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에게 둘러싸였다.
이후 긴급 동원된 경찰 100여 명과 경호원들이 버스 주변을 경계하며 군민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주민들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대치는 계속됐다. 급기야 오후 2시경 군민들이 트랙터 2대를 끌고와 버스를 막으면서 황교안 총리 일행은 3시간 넘게 버스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