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빈폴의 머릿글자를 딴 알파벳 'B' 모양의 상표를 등록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발리가 먼저 등록한 상표와 유사하기 때문에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특허청을 상대로 낸 상표 거절결정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발리 두 회사의 상표는 형상 등 일부 차이나는 부분이 있지만, 일반 수요자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 수요자의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관찰하면 양 상표의 모티브가 동일하고, 전체적인 구성과 지배적인 인상이 유하하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으로 합병되기 전 제일모직은 2012년 8월 특허청에 알파벳 'B'모양의 가방 상표를 등록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외국 유명브랜드 발리가 2003년 1월 이미 비슷한 모양의 상표를 먼저 등록했다는 이유였다. 삼성물산은 이에 불복해 특허심판원에 제소했지만, 같은 결론이 내려지자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두 상표가 단순한 도형으로 이뤄졌는데, 삼성물산의 것은 아치형 모양이 들어간 오각형인 반면 발리의 상표는 정사각형에 가까워 소비자가 혼동할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알파벳 B를 도형화한 기존 가방 상표들이 다수 존재하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