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추가 인하 전망 유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살핀 뒤 추가 조처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난달과 같은 연 1.2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1.75%로 낮아져 사상 첫 1%대에 진입했다. 이후 한은은 지난해 6월 연 1.50%로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지난달에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연 1.25%로 낮췄다.
이처럼 최근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쓸 수 있는 수단을 아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은이 연내 인하할 수 있는 횟수는 최대 1회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0.25%~0.50%인 연방금리를 하반기에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얀 해치어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정상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9월 인상 가능성은 25%, 12월은 40%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라는 부담을 한은이 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내 한 차례 정도 인하 기회 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최후의 카드를 꺼낼 시기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은이 조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이미 국내 경제성장률이 2% 중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기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오후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날 발표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4월 발표한 2.8%보다 0.1%~0.2%포인트 낮아질 것이 유력하다. 이처럼 이미 올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만큼 신속한 통화정책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5%대에 그칠 것”이라며 “통화당국과 정부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해 8~9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도 금리를 내리는데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화가치는 하락해 물가는 오르게 된다. 하지만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1.3%에 머물면서 중기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데 있어서 물가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