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기술사업화 성공열쇠

입력 2016-07-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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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요르단 강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갈릴리호와 사해(死海)라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같은 물줄기에 연결된 호수라지만 갈릴리호는 물이 맑고 고기도 많지만, 사해는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다. 두 호수의 운명을 가른 것은 열려 있느냐, 아니면 막혀 있느냐다. 즉,‘개방성’의 유무라 할 수 있다. 사해는 물이 들어오는 곳만 있을 뿐 나가는 곳은 없다. 고인 물이다. 호수로 들어온 물은 오도 가도 못한 끝에 증발한다. 호수 바닥엔 염분만 쌓여가고 주변에 살아남은 생물은 없다. 반면 갈릴리호는 상류로부터 흘러내려온 요르단 강물이 사해를 향해 흐른다. 기독교에서 언급되는 갈릴리호를 배경으로 하는 각종 예수와 베드로의 ‘기적’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화가 없이 고인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 자금을 받아들여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기업은 그 미래 가치가 다르다. 실제 개방형 소스로 만든 리눅스 서버에서부터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전기차 분야 선두주자 테슬라까지 ‘열린’개방형 정책을 편 기업들이 거인으로 우뚝 섰다. 모두 각자가 보유한 지식재산을 끌어안고 애지중지만 한 것이 아니라 오픈 소스화해 기반산업 분야의 R&D를 가속화하고, 연관 산업의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정책을 편 기업들이다. 이 같은 선발주자들의 성공 사례를 바라본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도 저마다의 개방형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다들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고 활용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방하고 혁신하며 기술사업화를 촉진해야 하는지는 막막할 따름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노력을 여러모로 진행하고 있다. 잘만 활용하면 개방형 혁신을 향한 정답과 지름길을 찾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6일 개최된 ‘2016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을 들 수 있다. ‘기술사업화의 성공 열쇠, 개방형 혁신에서 답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개방형 혁신 촉진을 위한 해법 모색과 의견 교류를 위한 다양한 세부 행사가 마련되어 기술사업화 성공의 DNA를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눈길을 끌었다.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기술 보유 기업의 사업화를 돕기 위해 기업별로 전담 코치를 붙여주는 ‘기술사업화 도움닫기 플랫폼’ 사업의 사업화책임기획단 발대식은 필자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올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필자가 몸담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추진한 이 사업은 6월 말 현재 12개 지원 과제가 선정됐고 내년 말까지 총 150억 원가량이 지원된다. 선정된 기업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업 수요에 맞게 추가 기술개발 또는 외부로부터의 기술 수혈, 인증, 판로개척 등을 패키지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선정된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날 발족한 ‘사업화책임 기획단’에서 기술사업화 모든 단계를 밀착 지원하는 전담 코치 역할을 수행해 줄 예정이다.

기술나눔 업무협약도 그 의미가 깊다.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술나눔 제도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중소기업에 무상 이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협약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4월 자동차 관련 구동기술, 엔진기술 등을 포함한 417개 기술을 무상 개방한 바 있으며, 이번 협약으로 29개 중소기업에 141개 기술(180건)을 실시권 허여의 방식으로 무상 이전할 계획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는 앞으로도 기술나눔 사업을 통해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이전되고 추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사업화는 개방형 혁신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면서 기술의 가치를 높여 주는 지름길이다. ‘기술사업화대전’은 우리 기업들에 갈릴리호가 가진 개방성으로부터 성공의 해답을 제시해줄 초석이 될 것을 자부한다. 아울러 기술사업화로부터의 우수 R&D 결과물은 새로운 시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더 큰 바다로 흘러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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