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로는 한계, 부가서비스로 유혹”…“펀드 취급 등 절실” 하소연
저축은행업계가 기존 수신고객의 이탈 방지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은행이 수신 금리를 인상해 저축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고 또 증시 활황으로 인해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등 수신에도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업계는 ‘수신고객 지키기’를 위해 고객 밀착 영업 등 프라이빗 뱅킹(PB) 영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P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휴가철 등이 겹쳐 상대적으로 비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업계 특성상 연말에 만기가 몰려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연말에는 예금 이탈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저축은행 ‘무기’인 금리만으로는 고객을 유지하기 어렵고, 또 금리 인상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규고객 창출보다도 있는 고객 잘 관리해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고객충성도 높이는 것이 과제”라며 “새로운 고객은 금리에 민감해 움직임이 빠르고 그 유지비용이 엄청 든다”며 기존 고객 지키기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이 저축은행업계가 PB영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저축은행업계에서 가장 먼저 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의 삼화저축은행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지난 2001년 11월 당시 하나은행 PB 출신인 한 장준 대표가 취임하면서 자산운용전략, 종합과세, 펀드 운용 상담 등의 PB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삼화저축은행은 최근 예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타 저축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금인출 규모가 작게 나타나고 있다.
장진희 삼화저축은행 수신팀장은 “주변의 여타 저축은행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금리에 민감한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고객 이탈이 비교적 작은 편”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PB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자산을 꾸준히 관리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화저축은행은 만기가 도래한 고객에게 휴대폰 SMS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화를 하는 등 그야말로 ‘고객밀착’영업을 지향하고 있다.
본격적인 PB영업은 아니지만 동부저축은행도 ‘고객전담제’를 도입해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고객전담제는 창구 영업직원들이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지난해 2월 영업활성화프로그램 차원에서 도입됐다.
김순태 동부저축은행 기획팀장은 “제휴한 유럽의 저축은행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것으로 선진국 저축은행 고객들은 단품상품의 금리 높게 주는 것보다 라이프사이클 타서 어떻게 자산운용할 것인가에 관심 더 크다”며 “향후 우리나라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난해 이를 도입했는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특히 이를 통해 고객의 신용도의 꾸준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리스크관리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저축은행은 이와 함께 영업점 전략도 재편했다. 이에 따라 강남 등 직장이 많은 곳에 위치한 대형 지점은 여신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주택가를 두고 있는 중소형 점포는 지역주민을 고객으로 만드는 수신 영업에 주력하도록 하고 있다.
경남 안동의 대송저축은행도 PB영업의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 등에서 중소도시에 대한 PB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정금액 이상 예치하는 고객에게는 교통비조로 2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서울의 프라임저축은행도 삼화저축은행과 같은 본격적인 PB서비스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더 이상 금리로는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당근’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PB 서비스 검토에 들어간 것.
프라임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고객을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금리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절이 됐다”며 “금리 외에 추가로 제공할 것이 필요해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PB형 서비스 외에도 고객 유치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가 개발되고 있다.
인천의 에이스저축은행은 지난달 초 기업은행과 창구공동망이용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에이스저축은행 고객은 전국 기업은행 창구를 통해 입출금업무(통장 입출금, 무통장 입금, 통장정리) 등 업무처리가 가능해져 고객만족도를 높이게 됐다.
에이스저축은행과 기업은행은 현재 전산시스템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빠른 시일내에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에이스저축은행 외에도 지방의 일부 저축은행이 이와 같이 고객 편의증대를 위해 시중은행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주 타겟 고객을 상대적으로 예금 이동이 적은 실버계층과 장애우로 잡고 이들에 대한 0.2%P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예금 확보를 위해 적금 포지션을 강화해 나간다는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천의 모아저축은행도 지역주민과의 연대감을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경기를 연고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즈에 제휴를 맺은 모아저축은행은 야구장을 이용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기가 있을 때 직원들이 경기장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응원용 막대풍선을 제공하는 등 지역연고 연대감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모아저축은행은 수신 유치를 위해 다음주부터는 전사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직접 나가 전단지를 배포하고 사은품을 증정하는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휴일에는 인근 지역 교회 등에 가서 지역주민과의 밀착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업계의 금리는 지난 2002년에 최고를 기록한 6.0%를 이미 넘어서 더 이상 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의 유일한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극단적인 금리 인상보다는 고객 충성도 확보를 통한 전체적인 수급상황 맞추는 데 전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금리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어 영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미 자통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펀드 판매 등을 허용해 줘야 한다”며 “그럴 경우 기존 상품을 펀드화해 팔 수 있다면 고객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