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對 공정위, "담합여부 진실 법정서 가리자"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의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주식회사(現 SK에너지)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 등이 제기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이의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정유 3사는 행정소송 준비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정유3사는 이의신청을 통해 ▲합의 존재 및 실행 입증에 대한 증거 불충분 ▲개별사 거래처별 실거래가의 다양함으로 경쟁제한성 크지 않음 ▲S-Oil에 대한 불형평성 판결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원심결에서 합의 존재 및 실행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자료에 근거해 과징금 부과를 내린 것"이라며 "S-Oil의 경우에도 합의에 대한 가담정도와 이탈정도에 있어 나머지 3사와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정유사들은 법무팀 등에서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면서 행정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즉각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휘발유 가격 등의 폭등으로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언론 보도 등으로 정유사들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곱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분쟁을 벌일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3개 정유사들이 다른 회사들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적극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보다 타사가 먼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석유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정유업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이에 따라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이의신청을 한 것은 결국 행정소송까지 가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며 행정소송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현재 법무팀 등에서 행정소송제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행정소송에 대한 검토만 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며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SK에너지도 현재 법무팀 등 실무부서를 통해 행정소송제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은 S-Oil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위의 발표처럼 담합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또한 검찰조사에서도 담합사실이 없다고 발표가 났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지난 5월 11일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월 ▲SK(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들이 2004년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휘발유ㆍ등유ㆍ경유 등의 대리점 및 주유소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키로 합의한 혐의로 526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4개 정유사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SK(주)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 등 3개사의 경유값 담합에 대해 당시 SK(주)에 벌금 1억5000만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