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회사 하이닉스 ‘승격’ 실탄 마련 과제… ‘SKT’사업·투자부문 분할 SK㈜ 합병 시나리오
하지만 그룹사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최 회장의 개인사 문제로그룹 지배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사촌 간 계열 분리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자회사 편입 문제 등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은 올해 SK그룹의 지배구조 향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SK C&C와 합병 통해 옥상옥 구조 탈피…지배구조 재편 진행 중 = SK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격인 SK㈜와 SK C&C를 합병함으로써 사업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SK그룹은 SK C&C가 지주회사격인 SK㈜를 지배하고, 다시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장악하고 있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구조였다. 즉 ‘최태원 회장→SK C&C→SK㈜→사업자회사’로 이어진 구조를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 SK㈜→ 사업자회사’로 단순화시켰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더불어 향후 경영권 승계를 손쉽게 하기 위한 포석이다. 옥상옥 구조 탈피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만 넘겨받게 되면 SK그룹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자회사들의 지배구조 개편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2월 SK는 손자회사로 있던 SK바이오텍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 인해 기존 ‘SK→SK바이오팜→SK바이오텍’의 바이오사업 부분의 지배구조를 ‘SK→SK바이오팜, SK바이오텍’으로 변경시켰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취득 시 100% 지분을 확보해야만 한다. 따라서 최 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바이오사업 부문을 강화하고자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바이오사업부문에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SK바이오텍의 실적과 가치가 SK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지주사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SK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 편입문제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M&A를 추진하려 해도 손자회사의 증손자회사 지분 취득 시 100%를 인수해야 하는 현행 지주사법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역시 SK가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SK하이닉스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를 SK(주)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K는 SK텔레콤의 지분 25.20%를 보유하고 있고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0%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편입되면 SK의 순자산 가치는 4조 원 이상 증가하고 SK하이닉스의 배당성향을 고려할 때 현금흐름도 2000억 원 가까이 개선될 수 있게 된다.
◇최태원 회장 개인사가 최대 복병 = 이처럼 그룹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최태원 회장의 개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향후 그룹사 전체의 지배구조 행방이 불투명해졌다.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들이 헤어진다면 SK그룹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됐다.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밟게 되면 재산분할 문제로 인해 그룹사가 쪼개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 소송을 할 경우 지난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세령 씨의 재산분할 소송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의 재산분할 소송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은 4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SK(주) 주식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 SK케미칼,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이 조금 있고 개인 부동산도 있으나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SK텔레콤의 행방이다. SK그룹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으며,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현재의 SK텔레콤을 키워냈다. SK텔레콤이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만큼 최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노 관장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이혼이 성립한다면 SK(주) 지분이나 SK텔레콤을 노 관장에게 떼어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측면에서 본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최 회장의 SK(주) 지분율이 23.40%인데 여기에서 지분을 떼 준다면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7.46%를 더해도 특별결의 정족수인 33%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SK텔레콤 역시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이를 떼어 준다는 것도 그룹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을 할 경우 SK(주)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의 SK(주) 주식담보 비율은 9.12%로 높지 않다.
◇SK家 3세 경영 참여는 ‘오리무중’ = 최태원 회장 개인사 문제로 인해 SK家 3세의 경영참여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SK그룹은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3세로의 경영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었고, 현대차 역시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굳어졌다. LG그룹도 3세를 넘어 4세로의 승계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SK는 3세 승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혼외자 논란마저 일고 있어 후계 승계 작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슬하에 장녀 윤정(26), 차녀 민정(24), 아들 인근(20) 씨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이 6살 난 혼외자를 가진 것이 드러나면서 그룹 후계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 회장의 장녀 윤정 씨는 올해 초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에 입사해 주니어 컨설턴트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 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학교에 다녔으며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바이오 분야를 전공했다. 이 때문에 윤정 씨가 향후 그룹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베인&컴퍼니는 재계에서 경영수업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많은 재계 자식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차녀인 민정 씨는 해군 장교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녀는 중국 런민대(人民大) 부속고와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해군에 자원입대해 소위로 입관했다. 지난 1월 중위로 진급했으며 최근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 회장의 아들인 막내 인근 씨는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미국 하와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 재학 중으로 아직 경영참여를 논하기에는 이른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