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너 일가 중 첫 소환의 굴욕… 신영자는 누구인가

입력 2016-07-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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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 끝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정조준 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된 사람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닌 신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 회장의 이복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연루된 신 이사장이 1일 오전 9시 4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뒷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 등에 관여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신 이사장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NF 통상을 통해 네이처리퍼블릭과 입점 컨설팅, 매장 관리 위탁계약을 맺은 뒤 실제로는 면세점 입점이나 매장 관리를 위한 청탁성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소 화장품 업체 T 사와 초밥 프랜차이즈 업체인 G 사 역시 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입점하기 위해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 신 이사장의 아들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도 수년 동안 급여 100억여 원을 챙겨간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오너의 장녀= 신 이사장은 그룹 오너의 장녀라는 든든한 배경만으로도 항상 주목을 받아왔다. 경영 전반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룹 경영에 가장 깊숙이 개입돼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는 롯데그룹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주인공이 아니지만 장녀로서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지난해 7월 27일 '경영권 분쟁'의 촉발이 됐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도 하에 진행된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했고, 다음날인 저녁 신 총괄회장과 함께 귀국한 사람도 다름 아닌 신 인사장이였다. 그는 이날 밤 귀국길에 취재진이 몰리면서 수많은 질문들이 나올때 "아버지, 가만 계세요"라고 정리를 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한ㆍ일 원톱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신 이사장의 '변심'의 영향이 컸다. 신 이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지분도 많지 않지만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대결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의 귀를 잡고 있다'는 소리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그런 그가 경영권 분쟁 초반 신 전 부회장을 지지했던 것에서 신 회장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면서면 사실상 '경영권 분쟁' 종식에 일등공신으로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버지의 애정 각별해= 신 총괄회장은 1940년 고향인 울주군 삼동면에서 고(故) 노순화 씨를 부인으로 맞아 장녀인 신 이사장을 낳았다. 노순화 씨는 1951년 29세에 세상을 떴다.

신 총괄회장은 장녀(신영자)가 태어나기 전에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早稻田大) 화학과를 졸업한 후 1948년 한·일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롯데를 설립하며 일본에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손길 없이 자라다 11세에 어머니마저 잃은 신 이사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늘 애틋함을 지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 이사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롯데그룹에 입사해 1970∼1980년대 호텔과 쇼핑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등 능력을 발휘했다. 또 신 총괄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매년 열었던 마을잔치를 매년 살뜰히 챙겨 신 총괄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실질 지분율 외에 신 총괄회장의 뜻을 결정할 '캐스팅보트'를 신 이사장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큰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신 이사장의 조언을 대부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재계의 전언이다.

◇롯데쇼핑과 함께한 30년, 재계 '여풍당당' 이끈 주역= 2009년 11월 롯데쇼핑 30주년 기념식이 열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장기근속자 시상식에서 10년, 15년, 20년 근속자들에게 일일이 축하의 말을 건네던 신영자 이사장(당시 롯데쇼핑 사장)이 오히려 30년 근속 수상자로 장내에 이름이 불리어졌다. 재계 5위 롯데그룹 오너 2세가 30년 근속으로 회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이었다.

신 이사장은 30대 때부터 일찌감치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1973년 5월 롯데호텔에 처음으로 입사했고,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 당시부터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롯데백화점 도약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롯데백화점이 국내 제1의 백화점으로서의 명성을 떨칠 때에 영업이사를 맡으며 일선 영업을 이끌었다. 이후 상품본부장과 총괄 부사장을 거쳐 총괄사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유통의 역사와 함께해온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06년 당시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해 1월 신 이사장(당시 부사장)은 롯데쇼핑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이사 수 초과'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2년간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2009년 4월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사장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사장에 선임돼 '여왕의 귀환'을 알리는 듯 했지만 이 또한 예우차원에서 비롯된 것여서 이후 후계구도에서는 완전히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회장이 주도권을 잡아가던 2012년에는 롯데쇼핑 사장직에서 물러나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사회공헌활동만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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