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지능형 물관리’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단일시장과 경제통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은 우리 농촌에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겼다. 또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안보 위협 등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국내 농업은 과학 기술과의 융ㆍ복합을 통해 스마트팜, 무인농업, 정밀농업 등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전통적 생산방식에 혁신을 불러오는 중이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지 정리를 통해 기본적인 기계화 영농 기반을 조성했다. 저수지, 양수장 등의 수리시설을 구축해 전체 논의 80%에 농업용수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등 간척을 통해서는 서울시 면적의 2.7배에 이르는 농경지를 확보했다.
농업 생산성의 경우 영농 시간은 1970년대 호당 1810시간에서 현재 1108시간으로 39% 단축됐다. 10a(에이커, 약 4050㎡)당 쌀 생산량은 330㎏에서 508㎏으로 54% 늘고, 농가소득은 13.7배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쌀 소비 감소와 축산물, 유지류 등의 소비증가에 따른 식량자급률의 급격한 하락, 농촌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도ㆍ농 간 소득격차의 심화 등은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식량자급률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2위 수준이다. 농업 인구 고령화와 60세 미만 농가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한 생산인력 부족도 식량안보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농업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농업 분야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농업생산 기반 정비사업의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기후 변화에 따른 재해 위험의 증가를 고려해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의 4차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10~2020년)에 따르면 여름철 유출량의 계절적 분포가 6~8월에서 7~9월로 바뀌면서 농업용수 최대 수요량 발생시기인 6월에 물 부족 심화가 예상되고 있다. 집중호우 발생횟수 증가 등으로 홍수 위험성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저수지, 하천, 지하수 등 다양한 수원을 연계 운영함으로써 단일ㆍ개별 수원 중심의 대처능력 한계를 극복하고 강우패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배수갑문, 저수지 등 노후화된 대규모 농업기반시설의 홍수배제능력을 보강해 대형 재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며, 기존 농업용 저수지는 기능유지 중심의 ‘소극적 개ㆍ보수’에서 벗어나 제방 증고 등으로 이ㆍ치수 능력을 증가시키는 ‘적극적 개ㆍ보수’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로 국내 농산물 주요 재배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제주도에서만 생산됐던 ‘애플망고’와 ‘패션프루트’는 내륙지방으로 북상했다.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 역시 남한 최북단인 양구까지 올라왔다. 지역을 대표하던 특산 농산물의 개념이 무색해진 것이다.
농업용수 관리체계에 있어 용수 관리자 경험에 의존하는 ‘관행적 물관리’에서 객관적 계측 자료에 근거하는 ‘과학적 물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는 이를 위해 기상환경, 농작물 생육상태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필지별 적정 용수공급 계획의 수립, 용수 공급상황 모니터링,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계측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 지능형 물관리 시스템 도입을 우선 과제로 꼽는다. 또 지능형 물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불필요한 용수손실을 최소화하고, 필지별 필요수량을 신속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존 개수로를 관수로로 변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지능형 물관리 시스템인 CIMIS(California Irrigation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도입으로 물 사용량의 10~20%를 절감한 바 있다. 여기에 곡물생산량은 23% 증가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시설농업단지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지하수 부족 문제의 해소 역시 필요하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지하수 인공함양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시범사업의 사업성 검증을 통해 지하수 인공함양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시설농업단지의 지하수 부족에 따른 영농장애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