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경태 기재위원장 “DJ·노무현 때도 법인세 낮춰…세율 아닌 추세로 판단해야”

입력 2016-06-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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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의 예·결산 및 기금을 심사하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고 있어 대표적인 인기 상임위원회로 분류된다. 역시나 선수 높고 실력 좋은 의원들이 많이 몰렸다. 거물급들이 우글거리는 가운데 최연소 타이틀을 단 상임위원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 소속 4선의 조경태(부산 사하구을) 위원장은 당내 경제통인 이혜훈·이종구 의원 등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위원장에 올랐다.

조 위원장은 1996년 부산 하구에서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을 지내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 사하을에 당선된 뒤 18·19대 연속 새누리당 텃밭에서 승리했다. 이후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을 겪고 탈당해 여당에 적을 두고 있다.

이투데이는 20대 국회의 상임위가 본격 시작되기에 앞서 22일 기획재정위원장실에서 조 위원장을 만나 상임위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공학박사 출신답게 국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앞으로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쟁점 현안인 법인세 문제를 놓고 세율이 아닌 경제 상황에 따른 추세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추세로 보면 DJ·노무현 정부 때도 2%포인트씩 계속해서 법인세를 낮춰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낮췄다며 원상 복귀를 주장하는 야당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추경이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고임금 문제 등 부실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기재위는 올스타로 꾸려졌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생각인가.

“기재위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가장 밀접한 상임위다. 여야 막론하고 정파적·계파적 이익보다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노인 빈곤 등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소득 불평등과 같은 부분까지 감안해서 국민경제가 나아질 수 있도록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공평하고 공정하게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인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위원장은 그동안 부산 가덕도가 최선이라고 주장하다가 정부 결정 이후 김해공항 확장이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 중 하나가 지역 갈등이다. 신공항 문제로 부산지역은 타 지역, 특히 대구지역과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었다. 이런 지역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그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 해소와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제3의 대안이라고 외부기관인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목공학 박사 관점에서도 상당히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김해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명품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모두 불만이 여전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치권에서 분란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은 항상 사회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 발표 이후 한 보도에 따르면 최대 6조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6조원의 예산 절감이라는 건 청년 일자리로 환산하면 약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깊이 유념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재위의 첫 쟁점이 될 법인세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법인세 문제는 여야 입장이 혼동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야당이 여당일 때 김대중 대통령은 29% 법인세를 27%로 낮췄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27%의 법인세를 25%로 낮췄다. 이명박 정부 때는 25%에서 22%로 낮췄다. 왜 낮췄는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법인세는 22%이다. 야당은 25%로 다시 올리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제적인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경쟁국가 법인세율과 비교했을 때 높은지 낮은지도 판단해야 한다. 스위스 법인세는 8.5%, 독일은 15%이다. 세계적인 추세가 낮추는 건지 높이는 건지 잘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높여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높일 수 있는 거고, 그런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좀 더 고민해 봐야 한다. 무엇이 국민적 관점에서 유리한지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조선·해운업 등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12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 확충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추경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나.

“추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추경이 국가재정 건전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지 검토해야 한다. 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고통분담도 필요할 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구조개혁을 병행하며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높은 임금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바람직한 구조조정이 되겠나. 현실에 맞는 임금 체계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 부실의 원인을 파악하고 여러 임금체계, 노사문제라든지 경영자 책임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조조정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잘 되리라고 본다.”

△야당은 선책임론을, 여당은 선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고 본다.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데 왜 투입하는지에 대한 원인 진단을 하면서 가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부 경영자만의 문제인지, 구성원 전체에 문제가 있는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복지정책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질 것 같다. 당연히 예산문제가 따라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막상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함에도 국가재정이 한정돼 있다 보니 상당히 아쉬운 지원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어린이집 사태만 봐도 맞춤형 보육에 대한 저항이 있다. 보육료 현실화 문제도 정부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도 안 되고 있다. 정부 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거다. 복지는 국가재정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질적인 경제성장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막대한 군사비가 지출되고 있다. 이런 특수성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노동개혁 4법 등이 20대 국회에서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입장이 엇갈리는데 어떻게 될 거라고 전망하나.

“과거에는 경제성장 지표를 GDP나 연간 또는 분기별 경제성장률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제는 일자리 개수로 발표하는 추세다.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법이 왜 나오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있겠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다시 성장가도에 오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는 말의 유희를 즐긴다. 말잔치, 사치라고 본다.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의 가치를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풀어나가는 데 몰두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항상 싸운다. 여야가 좋은 정책이 있다고 하면 당리당략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협력해서 경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신공항 문제 등 사회적 갈등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부터 생각해야 한다.”

△위원장은 현재 여당에 몸담고 있지만, 19대 국회 때까지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 야당 후보로 3선을 지낸 저력을 과시했고, 이제 4선이 됐다. 정치인으로서 더 큰 꿈이 있을 것 같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넘어온 사람은 김영삼 대통령 등 여러 사람이 있다. 20년 정도 야당 생활을 하면서 장·단점을 다 보게 됐다. 앞으로 여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민생 현안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일하고 싶다. 공학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으로서 실용적 가치를 지향한다. 정치권이 좀 더 분발해서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실용적 정치를 견지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기재위원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여야 위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이뤄지길 바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신이 실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위원들도 이런 생각에는 같은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계파와 당파적 이익을 넘어 국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범 상임위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위원들도 협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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