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남권 신공항, 그들만의 리그인가

입력 2016-06-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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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최경규 교수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이야기된 지는 상당히 오래 시간이 흘렀다. 과거 동남권 신공항으로 불렸던 이 사안은 지난 MB정권 시절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시절엔 분열과 갈등, 비난만이 있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고, 그렇게 동남권 신공항은 사안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신공항이 이번에는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대선공약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번과 다른 것은, 이제는 신공항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건설을 늦출 수 없는 필연적인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성장하고, 국민들의 항공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항공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항공수요 충족을 위한 영남권 신공항의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지난 MB정권 때 분열된 지방자치단체를 경험한 정부는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을 것이다. 갈등으로 얼룩진 지자체. 이번에도 유사한 갈등이 일어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갈등을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다. 이러한 합의 노력의 일환으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입지 선정을 위한 기준마련과 평가는 전적으로 외국 용역업체(ADPi)에 일임했다.

정치논리를 빼고 용역결과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들이었으며, 추가적으로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5개 지자체가 한곳에 모여 실무회의를 개최해 풀어나갔다. 지자체 간의 유치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사항을 포함해 ‘15.1월 지자체 단체장 간의 합의가 이뤄지고 용역이 착수됐다. ADPi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국내 전문가가 아닌 국제기구를 통해 자문을 시행했다.

이 정도면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사안을 다루는데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지자체는 또 다시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유치경쟁을 않겠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번복하고 연일 언론을 통해 서로를 쏘아대고 있다. 애가 타는 지자체는 자신의 지역 내 신공항 건설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합의 준수의 신뢰는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됐다. 언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계속되고 있으며, 용역 결과를 불수용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다시 시작된 지역이기주의에 지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도 공항에 대해 보다 큰 안목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수조원의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항은 특정 지자체를 위해 설치되는 시설이 아니다. 버스정류장 옮기듯 번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자체가 시·도내 균형적인 지역개발을 위해 고민하듯, 정부가 우리나라 국토개발이라는 큰 그림에 맞춰 살펴봐야 하는 시설이다.

지자체는 다시금 지난 ‘15.1월 합의 정신을 되새겨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에게 맡겨 놓고 정부의 입지선정 용역에 대해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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