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심해진 서울 강남, 강북 아파트값

입력 2016-06-20 12:06수정 2016-06-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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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 잘못으로 지역간 주택값 격차 심화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가 노린 분양가 자율화 파급 효과가 도를 넘었다. 잘 사는 동네 집값만 왕창 올려 주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아파트값 차이가 5~6배 이상 벌어진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1.5~2배 정도 차이가 났으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자 기존 인기지역 집값이 덩달아 올라서 그렇다. 강북권 한 아파트의 3.3㎡ 당 가격이 1000만원 수준인데 반해 강남 청담·삼성동 아파트의 인기 평형은 6000만원을 웃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영향인 듯 싶다. 재건축 단지는 미분양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분양가를 잔뜩 높인다. 아파트 물량의 60~70%는 조합원 분이어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조합측은 일반 분 분양가를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 조합원 분의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원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목적은 거래 절벽 상태에 놓여 있던 기존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신규 분양가가 높아지면 기존 주택가격도 좀 오를 것으로 기대돼 거래가 활발해 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시행시기가 너무 늦었다. 주택시장이 냉량했던 2014년 상반기쯤이 적기였으나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을 때인 지난해 4월에 발효됐다.

지난해 중반은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였던 시기였고 기존 주택도 거래가 활발했다. 부양보다 과열을 진정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정부는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다는 핑계로 이미 열기가 가득한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부채질 했다. 불이 활활 타고 있는 곳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었다.

그에 따른 영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럴 때 집을 안사면 바보라는 소리다. 그래서 엄청난 숫자가 집을 샀다. 정부가 대출 혜택까지 듬뿍 얹어주면서 주택구입을 권장해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완전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실수요자보다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가 판을 쳤고 분양권 전매가 성행했다.

주택업체는 앞다퉈 분양가를 올렸으며 이로 인해 곳곳에 웃돈 시장이 형성됐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이렇게 되기를 바랬을까. 주택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 입장이야 시장이 쌩쌩 잘 돌아가는 것을 원할 게다. 주택경기가 조금만 나빠도 부양책을 만들 명분을 찾는 게 국토부 아니든가.

왜 그럴까. 일반 국민보다 주택업체 입김이 더 강해서다. 소비자는 힘이 없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개인이라서 소리를 질러봐야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업계는 협회가 있고 연구원과 관련 학계가 존재한다. 이런 기관이 양으로 음으로 업계를 돕는다.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명분을 만들기도 하고 주택사업에 유리한 정책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것을 토대로 언론 플레이는 물론 공무원·정치권에 로비해 자신들의 욕구를 관철시킨다.

때로는 압박도 한다. 업계가 다 죽게 생겼으니 빨리 대책을 세우라고 아우성친다. 일반 국민을 핑계로 삼기도 한다. 거래 절벽으로 고통이 심하니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가 강하게 나오면 정부나 정치권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평소 관계 때문이다. 밥 한끼를 사는 것도 업체다. 개인 소비자는 구심점이 없어 실체가 없다.

각 부처에서 소비자보다 업체에게 유리한 정책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 작용해서다.

개인은 오직 언론만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언론도 광고주인 업계를 마음대로 대할 수 없다.

그래서 시장은 업계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로 큰 부작용이 생겨 사회문제가 될 경우 그때서야 정부는 소비자를 위한 개선책을 강구한다.

주택 문제도 그렇다. 분양가 상한제를 전격 폐지했던 지난해 중반은 부양책보다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 구조를 만드 데 힘을 쏟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공급과잉에다 분양가 폭등 사태같은 것은 좀 줄어들었을 것 아닌가.

물론 심지가 굳은 당국자는 일찌감치 이런 문제를 우려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친 업계’ 분위기로 인해 쓴 소리는 먹혀들지 않았다.

왜 이런 소리를 하느냐 하면 만약에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 어렵사리 살려 놓은 주택시장이 왕창 망가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따지기 위해서다. 정책 실패로 국가 경제가 도탄에 파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책임자 한 두명 옷 벗는 것으로 끝나면 이도 무책임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엄청난 혈세가 낭비됐는데도 사표 하나로 마무리짓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청문회를 열어 공과를 철저히 따져야 하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비리도 밝혀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자에게 금전적인 보상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 무서운 줄 알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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