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파급경로 강화 기대…대기성여수신제 도입ㆍ제준제도 개선
금융통화정책 금리가 내년 콜금리 목표에서 RP(환매조건부채권)매매 금리로 변경된다.
한국은행은 20일 콜금리의 변동 여지를 넓혀주기 위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ㆍ공표하는 정책금리를 현행 콜금리목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한은과 금융기관간 거래(RP매매, 여수신 등)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한은은 콜금리는 앞으로도 정책 파급경로의 시발이 되는 시장금리(운용목표금리)로서의 기능을 계속 수행하므로 정책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오는 10월까지 정부, 금융기관, 학계 등 외부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확정한 후 올해 말까지 규정 제․개정 및 전산시스템 정비해 내년 1월 이후부터 새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변경하기로 한 배경은 콜금리목표제 운영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콜금리가 단기자금 수급사정에 관계없이 목표수준에서 거의 고정됨에 따라 콜금리의 시장성이 크게 제약됐다. 이로 인해 기일물 단기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콜금리→단기시장금리→장기시장금리’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왔다.
또한 한은 대출제도 및 지준제도도 통화량목표제하에서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어 금리목표제의 효율적 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콜금리목표제의 문제점 해소, 금리중심 통화정책과 부합되는 대출제도 및 지준제도의 운영 등을 위해서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공개시장조작방식은 콜시장의 자율경쟁 여건 조성을 위해 공개시장조작을 가급적 정례화하고 빈도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책금리가 되는 기준금리가 RP매매로 결정되는 만큼 단기유동성 조절수단으로 7일물 RP매매를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금통위가 매월 정하는 기준금리는 7일물 RP매각 시는 고정입찰금리로, 7일물 RP매입 시는 최저입찰금리(minimum bid rate)로 활용된다.
다만 지준마감일이나 콜금리가 크게 불안정할 때는 예외적으로 단기RP로 실시된다.
기조적인 유동성 흡수수단인 통안증권은 현행과 같이 매주 화요일 입찰을 실시하게 된다.
한은은 또 콜금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기성 여수신제도를 도입하고 지준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대기성 여수신제도는 콜금리의 변동이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되도록 은행이 용도, 횟수 등에 구애됨이 없이 재량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대기성 여수신의 만기는 1일로 하되 연장을 허용하며 금리는 기준금리±100bp가 적용된다.
지준제도는 필요지준 적립규모가 사전에 확정되도록 지준적립 이연기간을 현행 반월기준 7일 이연에서 반월기준 1개월 이연으로 확장했다.
아울러 정책금리 결정이 콜금리의 불안정 요인이 되지 않도록 지준적립 초일을 정책금리 결정일에 맞추어 조정키로 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지준적립기간을 금통위의 금리정책방향 결정기간(1개월 내외)과 일치시키기 위해 한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번 정책금리 개선으로 통화정책과 콜시장간 연계성이 강화되고 통화정책 운영도 단순ㆍ투명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의 가격기능이 높아져 콜금리가 단기자금 수급, 통화정책 의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콜시장을 통해 자금수급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시그널을 보내기도 용이해 질 것”이라며 “또 공개시장조작 정례화, 필요지준 적립규모 사전 확정, 대기성 여수신제도 도입 등으로 통화정책이 단순ㆍ투명하게 운영됨에 따라 단기자금 수급조절에 있어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익일물 콜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리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일물 거래 수요가 증대될 것”이라며 “RP 등 기일물시장이 발달하면서 통화정책의 금리파급경로의 강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