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ㆍ누나 때문에 가시밭길' 신동빈의 원리더 롯데… '비리 천국' 벗어나 개혁 일궈낼까

입력 2016-06-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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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 차질ㆍ주총 방어ㆍ신영자 이사장 '해임' 고민, 마트 '살균제'ㆍ홈쇼핑 '영업정지' 해법도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갖은 잡음과 내홍 속에서 1949년 창립 이후 66년만에 롯데그룹의 수장에 오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고 올해 '한ㆍ일 롯데 원톱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가시밭길이다.

'투명한 신동빈의 원리더 롯데'를 만들기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역점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의해 발목이 잡혀 차질을 빚게 됐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의 부활도 불투명하다.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또 다시 형의 반격이 예고돼 아직 '신동빈의 한ㆍ일 롯데 원톱 체제'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설상가상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서도 롯데는 자유롭지 않다.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를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기획ㆍ판매했고, 이 사건은 현재 법원과 검찰에서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재승인 과정에서 임직원 비리 혐의를 누락 신고해 오는 9월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정지를 받은 롯데홈쇼핑도 신 회장의 고민거리다.

일본 기업 이미지와 '비리 천국'이란 오명을 벗고 투명한 롯데를 만들려는 신 회장의 개혁은 잦은 송사와 잇따른 악재로 차질을 빚으며 '과제'만 산적한 상황이다.

▲호텔롯데 전경.(사진제공=호텔롯데)

◇호텔롯데 상장 연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부활도 불투명= 신 회장이 '개혁'의 첫 핵심 과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은 결국 연기됐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회의를 열고 향후 상장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호텔롯데는 당초 6일부터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지난 2일 검찰이 신 이사장의 자택과 호텔롯데 본사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설명회를 전면 취소했다. 현재 신 이사장은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억~수십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달 29일로 예정된 상장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며 "향후 일정 등에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신 이사장의 검찰 수사는 지난해 특허를 상실한 월드타워점의 신규 특허 획득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신 회장의 '세계 1위 면세점' 비전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관세청은 지난 3일 서울 시내 4개(중소·중견제한경쟁 1곳 포함) 시내 면세점 특허 공고를 게재했다. 지난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두산에 내준 호텔롯데는 신규 특허에 도전해 월드타워점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입점 로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심사 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허 심사항목에는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정도나 중소·중견기업과의 공정거래 및 협력관계 개선 등이 평가항목으로 지정돼 있다. 검찰이 현재 의심하고 있는 혐의는 신 이사장 측이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과 매장 진열 등에 편의를 봐주는 대신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생점수에서 감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요의 경영' 분리 원칙, 신 회장의 의지 시험대 올랐다= 신 회장은 줄곧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대원칙을 강조하면서 '투명한 롯데 만들기' 개혁을 추진해온만큼 이번 수사결과에 그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롯데측은 일단 수사 상황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이 조직적으로 어떤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신 이사장과 롯데그룹 사이에 선을 긋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현재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를 포함해 8개에 이르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만큼, 계속 그룹과 분리해 '개인비리'만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부회장, 회장으로 취임한 뒤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각 계열사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 이사회가 저를 해임, 해직할 수도 있다"며 "롯데 그룹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능력이 없고 투명성 등의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면 자신의 회장 지위도 언제든지 내놓을 만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사회나 주총의 결과를 뛰어넘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후계자를 자임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동빈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때문"이라며 "아직 의혹의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신영자 이사장 건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 이사장이 계열사 등기임원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게 되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롯데그룹을 주름잡았던 오너일가 중 신 회장만 홀로 남게 된다.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마침표 못찍은 원톱 체제, 신동주 경영권 분쟁 '장기전' 예고=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에 압승하며 '경영권 분쟁'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신 전 부회장은 장기전을 예고하면서 반격을 계속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에 또 롯데홀딩스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롯데그룹 측은 수차례 표대결에서 압승했듯 이번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6월 정기주총에서 반격하겠다고 선언했던 신 전 부회장은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을 새로운 빌미로 삼아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의 대표이사인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면세점 압수수색과 관련, "광윤사는 롯데그룹 모회사에 해당하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로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또 "신 회장이 주도한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지속적인 의혹 제기로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압수수색이나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홀딩스 주총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 문제가 안건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의 공세를 일축했다.

◇롯데마트ㆍ롯데홈쇼핑 해법 있나= 이외에도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도 신 회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롯데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와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했지만 여론이 나빠지는 분위기다. 수사 초반 옥시에만 집중됐던 비난 여론은 롯데로 확산된 지 오래다.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PB상품을 판매할 때 노 대표는 롯데마트의 해당 본부장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노 대표가 사법처리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영업정지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납품 협력사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추정돼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조성하는 자체 기금뿐 아니라 신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롯데 사회공헌위원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롯데홈쇼핑은 송출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자사 채널을 빼거나 뒷번호대로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홈쇼핑은 매년 송출수수료를 유료방송사업자와 연간 단위로 계약한다.

롯데홈쇼핑이 송출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은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연간 2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의 송출수수료는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홈쇼핑은 상품 판매 수수료로 상품 판매 금액 30%를 갖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벌어들인 홈쇼핑 상품 판매 수수료 8646억원 중 유료방송사업자에 송출수수료로 2200억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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