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만기채권 5조 ‘2월 쇼크’ 재현될까…“가능성 작다”

입력 2016-06-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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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상 변동성 높일 수 있지만 국내 경기부양책 기대가 더 크게 작용

이번 달에만 5조500억원의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시장에서는 지난 ‘2월 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 거시 정책이 경기부양에 방점을 둔 것은 외국인 대규모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배경 중 하나다. 국내 재정 및 통화정책이 경제성장률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은 저금리에 우호적이다. 아직까지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보다는 하락(채권값 상승)에 무게가 실려 있다. 국내외 투자자의 채권 저가 매수세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매파적 발언에 따라 단기간에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그러나 연중으로 시각을 넓히면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98조2000억원으로 전주에 비해 3000억원 순증했다.

박형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국내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국내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구조조정과 국내 경기”라며 “한국의 정책 방향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보다는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 시장의 큰손인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4조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상장채권 순유출은 프랭클린 템플턴이 주도한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만 3조7000억원의 채권이 순유출됐다. 지난 2월에도 현재와 같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던 것을 고려하면 많은 규모다.

연기금의 채권운용 관계자는 “외국계 기관의 국내 채권 평가가 나빠졌다기보다는 연초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유출이었을 것”이라며 “이후 순유입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연준의 금리 인상 추이를 보면서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시기를 조절할 것이란 점도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이 작은 배경이다. 현재 연준의 연방기금금리 상단은 0.50%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1.50%로 연준보다 1.00%포인트 높다.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한은은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잇따라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한 위원은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은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우리 경제의 저물가,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은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일부 위원의 기조로 한은은 연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연준이 연내 최대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고려하면 한은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연준의 금리와 같아지거나 이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금리 인상 횟수를 조절하면서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외국인 대규모 이탈을 차단할 것이란 관측이다.

연준이 과거 금리 인상에 나섰던 2004년과 지금은 상황도 많이 다르다. 연준은 2004년 6월 금리를 올렸지만 한은은 내수부진을 고려해 추가 인하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연준보다 1년 5개월이 지나고 나서 이뤄졌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는 2년물까지 역전됐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은 크지 않았다.

2005년에는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규모가 5조원을 밑돌았으며 상장 채권 내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준 상장 채권 내 외국인 비중은 6%를 웃돌고 있다. 외국인 투자 민감도가 과거와는 달리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경계감만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 정책 기조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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