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신 회장은 3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호텔롯데 IPO오찬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40여곳의 최고투자책임(CIO)를 대상으로 열렸다. 롯데 측에서는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실장과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각 사업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호텔롯데의 잠재력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기업 설명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기업 공개를 통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롯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호텔 롯데가 상장되면 더 이상 사기업이 아니라 공개된 기업이 돼 개방된 관리 시스템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과 투명경영, 깨끗한 지배구조 경영 등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텔롯데 상장 후 계획에 대해서는 “상장 후 더욱 성장해 나가겠다”며 “호텔체인과 면세 1위 기업으로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면세점은 오는 9월경 태국, 내년 상반기 중 일본 오사카에서 출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사상 최대 공모가를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언급하기 힘든 문제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신 회장이 기업설명회에 직접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번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난해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국내 시장에 상장 계획을 알린 것의 일환이다.
호텔롯데가 국내 롯데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기업설명회 참석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시대에서 신동빈 체제로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형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는 일종의 종지부를 찍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텔롯데의 주식을 한주도 갖지 않은 신 회장이 이번 공모에 참여해 지배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했지만, 지분 소유 측면에서 여전히 불안한 구조가 계속되는 만큼 실질적 지주사로 평가받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에 올라서며 그룹의 1인자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의 국적 논란을 해소할 기회가 됐다.
신 회장 역시 호텔롯데의 지분을 가질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기회가 된다면 보유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대신 호텔롯데의 공모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 향후 전략에 책임진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기업설명회를 거쳐 내달 15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같은달 21~22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 공모주 수는 호텔롯데 전체 주식의 35%에 해당하는 4785만5000주다. 공모가 밴드는 주당 9만7000원에서 12만원으로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면 전체 공모액은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 공모액 4조8881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 공모 기록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