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49] 고객 마음 거울로 비춰보듯, 고객 중심 유전자로

입력 2016-05-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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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

휴대폰 스크래치 속상했던 경험

보호필름 전문회사 입사 계기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과의 만남

“소비자 취향·트렌드 변화 읽자”

독일어 ‘거울+유전자’ 사명으로

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1980년대부터 전자수첩, 디지털카메라, 애플 컴퓨터 등 IT 기기를 늘 몸에 지니고 살았다. 고가의 제품들이다 보니 애지중지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 휴대전화를 길 위에 떨어뜨렸다. 선명하게 스크래치가 난 액정을 보니 속이 쓰렸다.

‘어떻게 하면 스크래치 걱정 없이 IT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길로 문구점으로 달려가 투명 시트지 한 장을 샀고, 상처 난 휴대전화 위에 오려붙였다. 그때 결심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IT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걸 말이다.

쌍용정보통신, 티맥스소프트 등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나는 이 같은 사명감으로 2006년 휴대폰 보호필름 전문회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본격적인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과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꿈이 있어서일까.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나는 2009년 2월 ‘에스지피코리아(현 슈피겐코리아)’의 대표이사가 됐다. 또 그로부터 3년 뒤인 2012년 에스지피코리아는 미국 현지의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를 인수했고, 이로써 현재 ‘슈피겐코리아’가 출범했다.

회사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많이 고민한 건 바로 정체성이었다. ‘어떤 기업이 될 것인가’ 하는 나의 고민은 지금 ‘슈피겐’이라는 회사명에 모두 담겨 있다. 슈피겐은 거울을 의미하는 독일어 ‘Spiegel’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독일어 ‘Gen’의 합성어다. 고객의 마음을 거울로 비춰보듯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객 중심의 유전자를 지니고 활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평범한 회사원이 생활 속 작은 불편을 해결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나선 길이기에, 슈피겐의 ‘고객 중심’ 모토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항상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려는 노력 덕분에 슈피겐은 지금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모바일 액세서리 업계는 트렌드 변화와 유행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슈피겐의 전 직원은 회사의 이름처럼 늘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슈피겐은 2009년 설립 때부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처음부터 눈부신 결과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제품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다. 재빨리 원인 분석에 나섰다. 미국 소비자의 취향과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게 실패 원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나는 며칠 내내 미국의 한 커피숍에 앉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분석했다. 케이스의 색, 재질, 모양 등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기록해 나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이 행동이 결과적으로 ‘네오하이브리드’, ‘아머 시리즈’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케이스를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제품을 내놓자, 매출은 급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에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게 그 증거다.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국내외 유행 및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진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가 인기를 얻음에 따라 관련 액세서리를 출시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보조배터리, 차량용품, 음향기기 등을 출시하며 모바일 라이프 토털 솔루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슈피겐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한 빠른 부응과 기술력이라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움직이는 회사다.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졌고, 매출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었다.

오늘의 성공, 직원들 노력의 결실

경영자·팀장外 모두 매니저 직책

수평적 문화로 개인 역량 최대화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1분기 실적을 내며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슈피겐이지만, 나는 한 번도 이 모든 결과를 내가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슈피겐 직원 모두가 피땀 흘린 노력 끝에 일군 결실이다. 사원으로 시작해 이 자리에 오른 나인 만큼 그들의 고마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때문에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성과 보상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흔하게 생각하는 개인에게 전달되는 돈으로만 귀결시키지 않는다. 직원들이 쉬어야 할 때가 되면 해외로 전 직원을 데리고 나간다. 국내에서도 그렇게 해봤지만 결국 일에서 손을 못 떼는 직원들이 있어 아예 해외로 장소를 바꾸었다. 괌, 사이판과 같이 한겨울에 따뜻한 남태평양에서 휴식을 취해보기도 하고, 제대로 겨울을 만끽할 수 있게 훗카이도를 가기도 했다. 또한 개개인이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회사가 휴가비를 지원하게 해서 휴가비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성장에 목말라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성장 비결도 어찌 보면 이렇게 사원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인가 배우겠다는 직원, 무엇인가 해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직원을 보면 뿌듯한 마음에 지원을 해주고 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일을 더 잘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투자는 아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게 하려고 수평적 사내 문화 형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게 직책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다. 슈피겐에서는 경영진과 팀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매니저’의 직책을 가진다. 엄격한 위계 서열을 탈피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원만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끊임없이 바뀌는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슈피겐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변화를 주목’하고 ‘불안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따라 우리 역시 움직이고 변화하기 위함이다. 그것이야말로 슈피겐이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성장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슈피겐코리아 회사 연혁

- 2009년 에스지피코리아(주) 설립

- 2010년 벤처기업 인증

- 2011년 부설 디자인 연구소 설립

홍콩, e-brand award 첫번째 수상

오백만불 수출의 탑 수상

- 2012년 (주)슈피겐에스지피로 상호 변경

2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 2013년 해외시장 전략파트너계약 체결(일본 Spigen Japan)

해외시장 전략파트너계약 체결(홍콩 Spigen Hong Kong)

서울시 모범 납세 기업 선정

(주)슈피겐코리아로 상호 변경

- 2014년 코스닥 상장

홍콩, Famous 브랜드상 수상

삼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 2015년 대만, PC home 모바일 액세서리 부문 인기제품 수상

2015 CES 파트너 초청행사

김대영 대표이사 약력

- 1994.02 중앙대학교 물리학 학사

- 1998.09 쌍용정보통신, 대우통신

- 2006.07 티맥스소프트

- 2009.02 슈피겐코리아 대표이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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