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일부 대형 보험사가 보험금 이자를 고객들에게 고의로 축소해 지급했다는 정황을 잡고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최근 자살보험금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지연이자가 업계 평균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것에 착안했다. 약관대출이자가 대체로 비슷한 상황에서 미지급 지연이자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투데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살보험금 관련 삼성생명의 미지급보험금 지연이자는 57억원으로, 미지급보험금 550억원의 10.4%에 불과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미지급 금액(577억원)이 가장 많은 ING생명의 지연이자(238억원) 비율이 41.2%인 것과 대조된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15.5%)도 미지급 금액 대비 지연이자 비율이 10%대에 머물렀다.
이번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 통계는 14개 생보사가 산출해 금감원에 제출한 것이다.
회사마다 지연이자 산출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지연일, 지급이율, 보험금액을 중심으로 계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생명 등 일부 회사의 지연이자 수준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관행 개혁을 추진하면서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연할 경우, 지연이자를 기간별로 차등화하고 대폭 상향하는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살보험금의 경우 금감원이 예시로 내놓은 ‘정당한 사유’ 가운데 ‘재판 및 분쟁조정 절차 진행’에 해당될 수 있지만 미지급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연이자가 높아지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장 이자가 대체로 비슷한 상황에서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지연이자가 지나치게 낮은 데 대해 업계도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이자는 각각 4.73%(금리연동형), 9.25%(금리확정형)다. 이는 ING생명의 4.64%, 7.26%, 교보생명 대출 이자 4.72%, 8.11%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미지급금 대비 지연이자 비율은 30~50% 정도”라며 “일부 보험사가 10%대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이 만약 이런 식으로 보험금 지연이자를 지급했다면 자살보험금뿐 아니라 다른 일반보험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계약이 일반사망이고, 특약이 재해사망인 보험상품에 대해 집계하라고 지시해 나온 수치”라며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계산해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수치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사 여부에 대해 “특정회사에 대한 검사 사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