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오너들의‘반칙 주식 매매’근절해야

입력 2016-05-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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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주식 손실을 회피한 오너들과, 승객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는데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 뭐가 다릅니까?”

최근 대기업 오너들의 부당 이득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자 한 증권사 임원은 이같이 지적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 회장에 이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까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계열사 주식처분 등 손실 회피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 모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주식을 처분한 시점은 한진해운과 동부그룹이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돼 이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고 있는 때였다.

실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014년 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차명계좌로 보유한 이 회사 주식 62만주, 7억원어치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이 관련 거래를 통해 회피한 손실액은 3억원 안팎이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에 대해 지분 5% 이상 공시의무 위반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처분, 손실 회피 혐의로 검찰에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역시 지난달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과 두 딸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 96만여 주를 모두 처분해 30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앞날에 대해 하루도 예측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시점에 부실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오너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를 모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가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과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어찌 보면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가장 먼저 져야 할 오너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과거 인기 드라마의 한 구절이 근래 마음에 절실히 와 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상장된 이후부터 그 기업은 오너의 것만이 아닌 주주들과 공동 운명체다. 다른 기업의 오너들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성장 단계까지 꿋꿋이 참고 기다려 온 주주들을 배신한 채 나부터 살겠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불 보듯 뻔한 위기 앞에 자신부터 살겠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주식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들만의 내부자 거래가 이제부터라도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사익만 챙기는 천민자본주의 대신 주주를 위해 공헌하는 리더십 있는 오너의 등장을 바라는 것은 크나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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