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안 이례적 강력 경고…에너지 민족주의 확산 우려
“원유 수급이 5년 안에 매우 불안정해 질 것이며, 또한 천연가스 시장도 2010년께 수급 상황이 더욱 빡빡해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9일 세계 에너지 수급 불안정을 전례 없이 강력히 경고하는 내용의 중기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석유 소비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더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 민족주의 확산을 경고했다.
IEA의 중가 에너지 수급전망 보고서는 유가가 이날 런던시장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한때 76.3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8월 8일의 기록인 78.65달러에 근접한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IEA 보고서가 지금까지 나온 에너지 시장 전망 가운데 가장 경고성이 강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일간 가디언도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OPEC는 물론 러시아와 영국에 이르기까지 산유국들 사이에 에너지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연평균 4.5% 성장하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전세계 석유 수요가 향후 5년간 한해 평균 2.2%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이를 근거로 중기 수급 전망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된 증가율은 2%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오는 2012년의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958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석유 수요가 이처럼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기존 설비와 기술로는 생산 한계에 근접한 북해와 멕시코만의 감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며 러시아 극동의 경우 새 유전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신흥경제권의 수요 증가는 가속화돼 수급이 더욱 빡빡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신문은 또 비(非)OPEC 산유국들의 생산 증가율이 연평균 1%에 불과해 수요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OPEC는 현재 하루 3130만배럴 공급하는 것이 오는 2012년 3620만배럴로 늘어나면서 산유 여력이 올해 기준 2.9%에서 2012년 1.6%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석유 수급이 더욱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EA는 석유 수급 사정이 나빠지는 것은 결국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5년 후 유가가 어느 수준일지에 관한 관측은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