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에 거주하고 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같은 날 별세했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 출신 위안부 피해자인 이수단 할머니는 17일 오후 3시(현지시간) 헤이룽장 성 둥닝현의 한 양로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같은 날 오후 5시12분께에는 전남 해남에 살던 위안부 피해자 공점엽 할머니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이수단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고향인 평양에서 '중국 하얼빈에 공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자원했다가 위안부가 됐다.
당시 이 할머니는 러시아 연해주에 인접한 국경도시인 둥닝으로 끌려와 위안소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혹사됐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위안부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일본군에게 버림받고, 본국 정부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본인의 이름 외에 한국말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년에는 치매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공 할머니는 지난해 설 무렵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1년 반 가량을 병원에서 투병해왔다.
16세의 나이였던 1935년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 공 할머니는 1943년까지 모진 고초를 겪었고, 1945년 귀국해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어렵게 가정을 꾸리고 힘겨운 삶을 살아오다가 지난 설 무렵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날 이 할머니와 공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2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