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앞세운 산은 20년 구조조정..결국 매너리즘?

입력 2016-05-18 09:48수정 2016-05-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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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문책론 제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모든 조직의 운명은 용인술(用人術)에 달렸다는 의미다. 최근 국책은행 주도로 진행되는 기업구조조정에도 잘 적용된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책임자와 실무자에 따라 그 결과는 극명히 갈렸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다.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회사는 아직 생사여부를 알수 없는 상태다. 당시 산업은행장은 누구였고, 실무 책임자는 누구였을까.

최근 현대상선,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이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선업체들이 산은 등 채권단만 바라보고 있다. 국책은행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정치권은 금융당국에 국책은행의 부실을 초래한 책임자에 대한 검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산은 구조조정…20년째 ‘류희경-정용석-유현석·이종철 라인’ = 신설된 구조조정부문은 정용석 부행장이 이끌고 있다. 정 부행장은 1989년 입사해 외환위기(IMF)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했다. 그가 주도한 주요 구조조정은 대우그룹, LG카드, 금호아시아나그룹, 팬택, STX그룹, 동부그룹,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정 부행장은 팀원 시절부터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구조조정을 맡아왔다. 특히 대우그룹 구조조정 일화는 산은 안팎에서 회자된다. 채권단이 산은 회의실에 모이면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문을 밖에서 잠그고 밤새워 일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시기 구조조정 업무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최익종 산은 출자회사관리위원장, 안양수 KDB생명 사장, 한대우 태평양 고문 등이며, 류희경 수석 부행장, 정용석 부행장이 함께 실무를 전담했다. 구조조정 라인으로 꼽히는 전 산은 임원들은 정 부행장에 대해 “산은에 정용석이 있으니 구조조정은 걱정없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정 부행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인물이 유현석 기업구조조정1실장, 이종철 기업구조조정 2실장, 정재경 투자관리실장이다.

유현석 실장은 1990년 입행해 출자관리부, 특수관리부, 기업금융실 등 구조조정 업무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유 실장은 1998년 IMF 당시 특수관리부 원년 멤버다. 특수관리부는 현재 기업구조조정실의 전신으로, 개발경제 시절 대기업 자금 지원에 집중하던 산은이 IMF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신설한 부서다.

2000년대 중반 특수관리부가 기업구조조정부로 개편됐다.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를 체계화하면서 부서를 확대한 것이다. 유 실장은 이 부서에서 최익종 산은 출자회사관리위원장과 함께 현대상선 구조조정 실무를 담당했다. 2008년 구조조정부가 본부로 확대된 뒤에는 안양수 실장과 함께 일하며 구조조정 핵심 인력으로 자리 매김한다.

이종철 실장 역시 굵직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는 1990년 입행해 기업분석부, 기업금융2실, 기업금융4실, 기업금융5실, 종합기획부를 거쳤다. 기업구조조정실에서는 류희경 수석 부행장과 LG카드 사태를 수습했고, 정용석 부행장과 대우자동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정재경 실장은 1991년에 입행했다. 간접투자2실장이었던 그는 산은 자회사 매각이라는 중요한 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 역시 구조조정 업무 경력이 오래된 행원이다.

◇ 구조조정 전담부서 신설..결국 사람이 문제 = 최근 정부가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개입하면서 주목받는 곳은 각 구조조정실 내 설치된 ‘조선업정상화지원단과’‘해운업정상화지원단’이다. 기업구조조정실은 CR(Corporate estructuring)팀으로 세분화 되는데, 구조조정의 시급함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규모를 키워 승격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조선업정상화지원단(기업구조조정1실)은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전담하고 있다. 지휘관인 강병호 단장은 1993년 입행했다. 그는 인사부에 오래 몸 담았다. 구조조정 업무에 있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해운업정상화지원단(기업구조조정2실)은 현대상선, 한진해운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존 CR5팀이 승격하며 직원 규모도 기존 6명에서 14명으로 확대됐다. 1991년에 입행한 현 단장은 기업구조조정실 CR2팀, CR5팀 등 구조조정실에서 굵직한 업무를 오래 맡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희철 단장은 구조조정 관련 업무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실력뿐만 아니라 기타 채권은행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해 시중은행 여신그룹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1실에는 전영기 팀장 CR1팀장, 사희영 CR2팀장, 조일래 CR3팀장이 포진하고 있다. 1팀은 넥솔론 매각을 조율하고, 2팀은 포스코플랜텍, 영광스텐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다. 3팀은 금호타이어 매각 임무를 맡았다.

기업구조조정 2실은 김춘근 CR1팀장, 김태현 CR2팀장, 정성욱 CR3팀장이 지키고 있다. 김춘근 팀장은 오리엔탈정공과 오성엘에스티를 관리하고, 김태현 팀장은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건설업체를 담당하고 있다. 정성욱 팀장은 경매를 전담하고 있으며, 산은 내 경매 분야의 1인자로 알려져있다.

산은 관계자는 “보통 순환 보직이지만 구조조정 업부의 중요성을 고려해 기업구조조정실은 전문성을 우선하여 배치한다”며 “이렇다 보니 구조실 내 직원들은 대부분 장기 근무를 하고 경력도 길다”고 설명했다.

◇ 산은 책임자 문책론 일듯 = 하지만 산은 구조조정 책임자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당국에 산은과 수출입은행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열 정책위부의장은 최근 이투데와의 인터뷰에서 산은 구조조정에 대해 "인사에 실패한 정부가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결국 사람이 문제였다는 얘기다.

그는 "산업은행의 경우 문제가 많았다.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얼마나 많이 들어갔나. 그렇게 쏟아 부었지만 아직도 정상화가 안 됐다. 역대 산업은행장들은 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행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게 정부가 은행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책임이다. 3~4조 투자했으면 살려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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