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3단지 재건축 관리처분 무효소송 이후 각 재건축 단지 조합내부의 내전(內戰)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개발부담금 납부를 피해 대거 관리처분 승인을 신청하고 공사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조합원들의 반발에 시달리며 일부 단지에서는 시공 중단 위기 마저 겪고 있는 상태다.
이들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 실시된 재건축 개발부담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빠른 철거와 시공에 들어간 단지들로 당초 조합원들의 의견 일치없이 조합장과 시공사의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관리처분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에 나온 과천 3단지 재건축. 과천 3단지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아 기존 13~17평형 3110가구를 재건축해 25, 26, 32, 33, 43, 50평형 3143가구를 공급한다.
문제는 낮은 용적률로 인해 임대아파트를 제외하면 일반분양이 거의 없다는 점. 이에 따라 기존 13평형 거주자는 단지 4평 차이로 인해 26평형이나 잘해야 32평형 밖에 입주할 수 없다. 따라서 관리처분 인가 신청 전부터 이에 따른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은 쉽게 예상되고 있었다.
과천주공 3단지 문제의 해법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소송에서 '승리'를 거둔 조합원들은 우선 조합장의 사임이 수반된 후에야 소(訴)취하를 위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과천 3단지는 관리처분 인가 무효 판결이 공식적으로 송달되면 개발부담금은 물론 분양가 상한제까지 모두 포함되는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세워야할 판국이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조합원 지분 가격도 최근 입주한 인근 11단지의 같은 규모 아파트에 비해 2억 원 이상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재건축에 있어 랜드마크 격인 단지인 만큼 과천3단지의 관리처분인가 무효송은 다른 단지 '비상대책위원회'에게도 희망을 준 상태. 실제로 과천3단지 판결 이후 조합의 일방적 드라이브에 반발하는 '비상대책 위원회'들의 소송 준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과천3단지의 경우 단지 4평 차이로 중대형평형은 신청마저 할 수 없었던 조합원들의 반발이라면 타단지의 경우 일부 세력이 조합에 반발 사업을 지연시키려는 '몽니'성 소송도 있다.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포일주공 재건축과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의왕 대우사원주택 재건축도 일부조합원들이 조합과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이유는 시공사인 대림산업과 조합 측이 추가부담금 발생 사유가 나타났음에도 조합원 총회 대신 대의원회의에서 처리한 것에 대한 불만. 의왕 대우사원주택 비대위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이 약 1364억원의 공사비가 증액돼 가구당 최고 8900만원까지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총회를 통해 이를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사원주택 비대위는 수원지검에 ‘공사비임의 증액’ 관련 업무상 배임에 대해 고소한 상태다.
한신공영이 시공을 맡아 24~52평형 총 2276가구를 짓는 인천 가좌주공1단지도 조합원들이 반발이 본격화된 단지. 이에 따라 자칫하면 올 11월로 예정된 입주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인천 가좌주공1단지에서도 추가부담금 발생에 대한 반발이다. 비대위는 "조합원 총회에서 인준을 받아야할 조합 감사 중 몇명은 총회 인준 절차없이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의 무능한 업무추진에 따라 추가부담금이 발생한 만큼 조합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5월30일 조합원 총회를 실시했지만 이 속에서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고, 다수 서면결의를 통해 조합과 시공사측에 유리한 안건만 통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가좌주공1단지 비대위도 인천지방 검찰청에 사업계획변경동의서와 재건축결의동의서 등 '사문서 위조'죄로 고소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같은 재건축 단지의 조합과 비대위의 힘겨루기는 그간 흔히 있어왔던 일이다. 거액이 들어가는 재건축 사업인 만큼 이에 따른 민원 발생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 여기에 재건축 조합 운영권을 차지하려는 조합원들이 느는 것도 재건축 추진 과정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특히 비대위의 '혁명'이 한번 성공하면 다른 비대위도 잇따라 다른 '혁명'을 준비하게 되는 '역성혁명'의 이론도 재건축 단지에 성립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합과 시공사의 일방적인 재건축 추진도 잘못됐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 재산 지킴이'란 단체를 구성 잇단 소송을 통해 조합의 재건축을 중단시킨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중단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재건축 중단 후 사업 환경이 계속 안좋아지고 있는데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 추진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숙주마저 죽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서로 공멸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