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명가 ‘대우증권’ 이름, 33년만에 역사속으로

입력 2016-05-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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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우증권 CI
국내 증권업계 명가(名家)의 상징성을 지닌 ‘대우증권’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은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등기상 상호를 ‘대우증권주식회사’에서 ‘미래에셋대우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에 인수잔금을 납입한 뒤부터 대외적으로는 이미 새 회사명을 써 왔지만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상 법적 회사이름도 공식적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대우증권의 모태는 1970년 설립된 옛 동양증권이다. 1973년 대우실업이 동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대우’와 인연을 맺게 됐다. 대우증권 이름은 1983년부터 달았다. 당시 업계 2위였던 동양증권이 업계 1위 삼보증권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고, 국내 증권업계 판도를 주도했다. 대우증권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국내 증권업계의 독보적 1위였다.

특히 대우증권이 ‘명가’의 상징성을 갖게 된 배경은 탄탄한 ‘맨파워’에 있었다. ‘증권사관학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숱한 증권가 인재들이 대우증권을 통해 배출됐다. 증권가에서 대우증권 이력은 ‘보증수표’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여기에 1984년 설립된 대우경제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민간 연구소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핵심인력들을 대거 배출해냈다.

오랜 기간 맏형 자리를 지킨 만큼 국내 최초 코리아펀드 출시, 국내 최초 민간 경제연구소 설립(1984년), 국내 최초 트레이딩룸 설치(1990년) 등 ‘국내 최초’의 타이틀도 여럿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문호가 개방될 때 먼저 적극적으로 현지 진출에 나서기도 했는데, 상하이증권거래소 업무인가를 국내 최초로 받은 곳도 대우증권이다.

공고하던 대우증권의 아성도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증권의 최대주주가 제일은행으로 변경됐고 대우계열에서도 분리됐다. 2000년에는 다시 주인이 산업은행으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업계 순위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번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우증권’이라는 이름만큼은 유지했다. 대우증권을 차지한 새 주인들이 대우증권이라는 이름을 유지한 것은 그만큼 대우증권의 브랜드파워가 강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에도 대외적으로는 ‘KDB대우증권’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사명을 썼지만 등기상 법인명은 여전히 ‘대우증권주식회사’였다.

대우증권 법인명은 이번 주주총회 의결에 따라 33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법인명 변경안을 두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아쉬운 심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새 회사 이름에 '대우'라는 두 글자가 남아 있는 한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선도해온 진취적인 대우증권의 DNA는 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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