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목표≒스탬프 카드

송인범 IBK기업은행 공보팀 과장

뚱뚱해진 지갑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문득 ‘목표’는 카페나 식당에서 나눠주는 스탬프 카드를 채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칸에 10개의 도장을 채우면 원하는 메뉴 1개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그 카드 말이다.

처음 스탬프 카드를 받으면 무료 메뉴를 먹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갑에 넣어둔다. 그러다 불현듯 지갑 속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가게의 카드가 수두룩하다.

정작 10개를 다 채운 일은 가물가물하다. 미처 다 채우기 전에 카드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그 가게에 갈 일이 없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목표 역시 매번 새롭게 세우지만 정작 이룬 것은 별로 없다.

하나에 진득하지 못하고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 새로운 목표라는 도장 1개를 찍는다. 그렇게 세운 목표가 차고 넘쳐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때, 그간의 노력과 시간, 비용을 아까워하며 그 목표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먼저 도장 10개만큼의 보상을 받은 후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금융상품 중에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때 먼저 할인을 받은 후 할인받은 금액만큼을 포인트로 갚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사가 어찌 목표 달성의 열매를 먼저 누릴 수 있겠는가. 금융상품보다 더 팍팍한 인생살이임이 틀림없다.

가끔 스탬프가 반 이상 채워진 카드를 발견하면 불굴의 의지로 10개를 채우기도 한다. 1잔을 마시기 위해 3∼4번을 일부러 더 찾는 것이 과연 경제적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리가 세운 목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목표의 크기를 떠나 달성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도장 1개가 찍혀 있는 스탬프 카드를 몽땅 버리며 올해는 하나의 목표를 집중 공략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보다 어쩌면 10개를 다 채울 수 있는 목표인지 생각해보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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