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서 만난 사람] 김하늘, 일본 필드에 그린 하늘① “일본어 못해 소외받는 줄 알았죠”

입력 2016-05-12 07:58수정 2016-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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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김하늘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나 혼자 소외되는 기분이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뭐가 재미있는 지 큰 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김하늘(28·하이트진로)의 말이다.

11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김하늘은 지난해 JLPGA 투어 데뷔 후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처럼 말했다. 일본어가 허툰 것이 큰 문제였다. 언어적인 문제는 소외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하늘은 지난해 JLPGA 투어 데뷔 18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을 만큼 끝도 없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찌푸렸던 하늘이 맑게 게인 건 19번째 대회였던 먼싱웨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다. 이 대회에서 J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김하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뒤집었다.

“(페어웨이가) 좁고 나무가 많은 코스를 싫어하거든요. 나한테 안 맞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달 정도는 ‘이러다 (좋은) 성적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3~4개월 지나고 나니까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먼싱웨어 대회를 끝으로 한국에 돌아가려 했는데(웃음).”

그랬던 김하늘이 올핸 딴사람이 됐다. 7개 대회에 출전해 악사 레이디스 우승 포함해 6개 대회에서 톱10에 진입, 지난해 상금왕 이보미(28·혼마골프)를 제치고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과 상금순위 1위에 올라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답변 하나 하나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만족하죠. (지금 상황이)참 신기해요. 작년에는 못했으니까요.” 올 시즌 성적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올해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동계훈련 때)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요. 시합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지난해 김하늘의 부진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데서 오는 자신감 결여, 준비 없이 뛰어든 해외 투어, 자만심 등이다. 생소한 환경, 어색한 코스, 낯선 사람들과의 라운드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스스로 무너져가던 김하늘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올 시즌 기적 같은 부활에 성공했다. 7개 대회에서 이글을 5개(홀인원 2개)나 만들어낼 만큼 아이언샷 정확도는 절정에 달했다. 피나는 노력의 대가다.

일본인 동료들도 김하늘의 재기에 힘을 보탰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준 (일본) 선수가 요시다 유미코에요. 내가 일본어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면 ‘안녕하세요’, ‘귀엽다’라며 한국말로 답례를 해줬거든요. 한국말을 잘하진 못했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배려였기에 감동을 받았죠.” 그 일을 계기로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얻었다.

“기쿠치(에리카)하고 이치노세(유키)는 친구인데도 말을 편하게 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존댓말을 배우니까 정말 친하지 않으면 말을 놓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오하요(안녕)’라고 하거나 손인사로 대신해요”라며 달라진 대인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투어 환경은 물론 대인관계도 원만해졌다. 그 결과는 올 시즌 호성적으로 나타났다. “전 아직 멀었어요. 올핸 (상금순위) 톱10에만 들어도 만족해요.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확짝 핀 그의 얼굴엔 행복감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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