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계열사 의무공시 ‘롯데법’ 용두사미

입력 2016-05-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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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계기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높이려 추진… 국회 계류 3건 폐기 수순

해외계열사 현황을 의무 공시토록 하는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소유지배 구조 투명성 강화 방안이 끝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추진된 이른바 ‘롯데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3건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심사에 진척이 없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무위 관계자는 11일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열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정무위 회의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롯데법 통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법은 롯데 사태 당시 정치권이 우르르 나서 발의했다가 사건이 사그라지자 쟁점 밖으로 밀려난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신학용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법안은 대기업 총수가 보유한 해외계열사 주식 현황, 해외계열사가 보유한 국내계열사 주식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총수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했다. 현행법은 1억 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된다.

앞서 이 의원은 해외법인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기업 자체 ‘지배구조내부규범’을 작성해 공시토록 하는 법안을 냈다.

신 의원의 발의안은 대기업이 해외계열사 현황을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하고, 대기업의 상호출자 금지 대상에 해외계열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유지분 공시 및 정보공개 대상이 국내 계열사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경우 광윤사, L투자회사 같은 일본 내 계열사 지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롯데그룹은 일본계열사가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주주’라고 공시, 자료제출 의무를 피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총수일가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일본에 36개사, 스위스에 1개사 등 총 37개의 해외계열사를 지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6년 업무계획’에서 경제 민주화 실현을 앞세워 대기업 총수에게 해외계열사 현황 공시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롯데법 처리가 불발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위가 추진해온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집단소송제 도입도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현 가능성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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